Second Breath

포包°작품전

새봄의 기대와 한겨울의 여운이 공존하는 2월의 첫날, 핸들위드케어에서 여는 포包° 작가의 두 번째 작품전 《Second Breath》를 시작합니다.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작가는 금속으로 시를 써 내려갑니다. 꽃잎 하나의 잎맥을 살피며 자연의 흔적을 금속에 담아 생명을 불어넣는 일. 작품은 금속이라는 직유로 강건함을, 자연이라는 은유로 평온함을 속삭이며 우리의 마음을 두드립니다.

차 도구, 오브제, 기물을 아우르는 작품이 모여 시의 중반 구절에 다다랐을 즈음, 작가는 잠시 멈춰 호흡을 가다듬길 결심했습니다. 이번 전시는 포包° 작가의 여정을 돌아보고 지나온 궤적 속에서 앞으로 나아갈 길을 그려보는 뜻깊은 자리입니다.

FOH 포包°

홍익대학교 조소과를 졸업한 뒤 국내외 다수의 전시를 통해 금속공예를 선보여 왔습니다. 2019년 스튜디오 FOH 를 론칭했으며, 연약하지만 찬란히 빛나는 것들을 세심한 눈길로 보듬어 금속으로 표현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Q. 스튜디오 포를 줄곧 ‘Poetry of Metal: 금속으로 쓴 시’라고 소개해 오셨어요. 포의 작품을 ‘시時’로 표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 문자로 시를 써내듯 저는 금속으로 순간과 영원을 말하고 싶어요. 꺾인 풀, 벌레 먹은 잎, 말라가는 낙엽이 제겐 애틋하고 때로는 아름답습니다. 우리 각각의 삶에서 일어나는 의도치 않으나 아름다운 순간을 응축된 시로 적어내듯이, 저도 자연의 그 순간들을 영원의 물성을 가진 금속으로 담아내고 싶어요.

Q. 작업실 근처 숲에서 발견한 떡갈나무와 그 아래 보물처럼 떨어진 도토리, 비바람에 꺾인 나뭇가지, 어느 봄날 발등에 내려앉은 보드라운 목련 꽃잎…. 작가님은 일상에서 우연히 마주친 무수한 자연물을 작품으로 만드시지요. 결코 완벽하지 않은 우리 곁의 일상적인 자연을 작업의 주된 영감으로 삼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A. 가을 떡갈나무잎의 개구진 곡선, 도토리 껍질의 매끄럽고 섬세한 결, 이른 봄 목련의 도톰하고 보송한 꽃잎. 한 가지에 어느 잎 하나 똑같이 생긴 것이 없고 잎맥 하나 같은 것이 없어요. 모두 제각각 자신의 지도를 가지고, 정확한 때에 망설임 없이 푸른 잎을 내고, 벌레 먹고, 낙엽이 되고, 말라가고, 다시 땅이 되는 모든 과정이 아름답다 느껴요. 인간은 자연의 일부이고 낙엽과 제 삶의 과정이 다르지 않다고 느끼죠. 결국 저는 저의 이야기, 저의 과정과 나이 들어가는 모든 찬란한 순간들을 이야기하고 있어요.

Q. 지난 전시에서는 오랜 시간 수집해 온 빈티지 기물과 이에 영감을 받은 금속 작업을 소개하며 영속성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Second Breath》에서는 어떤 작품과 이야기를 마주할 수 있을지 많은 분이 기대하고 계세요. 이번 전시에 대해 자세히 설명 부탁드립니다.

A. 처음 지금 작업실에 이사 오던 날은 마침 이번 전시와 같은 2월이었고, 새벽부터 눈이 많이 오고 있었어요. 대충 짐을 정리하고 다음 날, 인적이 없는 숲으로 처음 발길을 옮겨 긴 호흡을 하며 걸었습니다.

그렇게 작업을 해온 몇 해, 계절을 걸으며 만들어 온 낙엽과 풀들, 그 첫 작업들을 시간의 더께를 입은 그대로 모두어 보았습니다. 이른 아침 제가 만난 풀숲의 풍경을 보여주고 싶어요. 작업실 옆 삼백 년 늙은 벚나무가 찬란하게 벚꽃을 피우는 순간이 얼마나 벅찼는지 이야기해 주고 싶어요. 세상에서 떨어져나와 그 첫 호흡을 하며 걸었던 순간을 기억하며 이제 숨을 가다듬고 두 번째 호흡을 준비합니다.

Q. 은 다관, 주석으로 만든 능선 거름망, 느티나무잎 황동 잔받침 등 여러 금속을 사용해 작업하시지요. 작품마다 금속의 종류를 달리 선택하는 작가님만의 기준이 있을까요? 각 재료로 작품을 만들었을 때의 고유한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각 금속이 갖는 느낌과 표현되는 정서가 조금씩 달라요. 그리고 작품의 쓰임에 따라 적절한 물성의 금속으로 작업하려고 합니다. 은銀은 강도가 좋고 은은한 빛이 어린다고 할까요. 예민하고 순수한 성격을 가진 기품 있는 사람같이 느껴져요. 주석은 가장 인간적인 금속이라고 느껴요. 무르지만 변색에는 강해서 쓰임에도 편합니다. 서글서글하고 편안한 정서를 담을 수 있는 친구 같은 물성이라 생각합니다. 황동을 다루다 보면 성실하고 유연한 감각을 갖게 돼요. 첫 질감은 명랑하면서도 시간이 지나면 중후한 표면의 변화가 매력적인 금속이라 느끼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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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반복된 수련의 날들은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힘을 주었지만, 손끝으로 느껴지는 금속의 질감과 강도는 기술의 완성도를 넘어 삶의 본질에 다가가게 했습니다.

영원할 것만 같은 견고한 금속에 담긴 이야기가 비바람에 꺾인 나뭇가지이거나 벌레가 흔적을 남긴 낙엽이라는 사실이 잔잔한 감동과 위로로 다가옵니다. 여린 존재에게도 강인한 아름다움이 있음을 말해주듯 말이지요. 이번 전시가 여러분에게도 그러한 위안이 되길, 평온한 숨을 내쉬는 순간이 되길 소망합니다.

2025년 2월 1일 - 2월 16일

Tue - Sun, 12 - 7 PM (Monday Closed)
서울시 용산구 녹사평대로 40나길 34, 4층
070-4900-0104

전시 기획: Handle with Care

전시 그래픽: 이재민

식물 연출: Botalabo 정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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