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곳곳이 차분한 빛으로 물드는 겨울날, 권혁문 작가님과 서면으로 대화를 주고받았습니다. 지난 《소랑유영》 展 이후 일 년 여간 촘촘히 쌓아 올린 작업의 이력을 돌아보고, 다가올 전시를 가늠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포근한 온기가 느껴지는 그간의 이야기를 여기 함께 나누어봅니다. Q. 안녕하세요. 《소랑유영》 展 이후 어느새 1년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나요?A. 지난 전시의 여운이 채 가시지도 않았는데 벌써 일 년이 지나갔네요. 작년에 첫 인터뷰를 했던 기억이 먼저 떠오릅니다. 아이들 등교를 함께 하는 일로 하루를 시작한다고 했었지요. 올해도 소소하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나니 어느덧 다시 한해의 끝자락에 있네요. 이가 나가거나 금이 가서 보관하던 그릇을 킨츠기로 되살린 전시 《수선가경》에 참여했었던 일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Q. 소랑요 특유의 따뜻한 매력 때문일까요. 오시는 분들마다 전시장에 오래 머무시며 작품에 애정 어린 시선을 건네주셨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작가님을 궁금해하셨던 분들도 참 많았는데, 도예 작업을 오랜 시간 이어오신 원동력이 있다면 무엇일지 궁금합니다.A. 작품을 볼 때 만든 이와 그릇을 동일시하는 시선이 내심 부담스럽기도 한데요. 제 그릇을 따뜻하게 봐주셨던 이유는 아마도 재료나 형태가 주는 느낌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흙이 가진 고유의 물성, 그리고 상상했던 형태를 직접 만들었을 때 얻는 즐거움이 커서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고, 다기 작업도 같은 이유로 오래 이어오고 있어요. Q. 분청 다기는 특히 사용해보니 손맛이 배는 느낌에 더욱 정이 갔어요. 작가님이 애착을 두시고 오래 사용하시는 분청 기물이나 기억에 남는 작업 관련 일화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A. 처음 분청 다구를 소개할 때는 걱정이 앞섰어요. 물론 많은 작가님이 분청 작업을 하고 계시지만, 사용하면서 찻물이 배어 나오는 현상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싶었지요. 분청 다구의 뽀얀 느낌이 좋아 구매하셨던 분께서 찻물이 드는 것을 보고 혹시 불량이 아닌지 물어보신 적이 있어요. 자연스럽게 찻물이 스미는 덤벙 분청은 애초에 그릇으로써 불량 요소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때 등장했다 사라진 이유이기도 할 것인데, 지금은 그런 점을 오히려 즐기게 되면서 다시 찾게 되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저도 분청 특유의 면면들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작업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Q. 이번 전시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작업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A. 기존 작업 중에서 좋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더 강조하여 이어 나가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판으로 성형한 화기를 처음으로 선보이게 되었어요. 화병의 기능과 조형성을 강조하면서도 소랑요만의 느낌을 벗어나지 않도록 만들었습니다. Q. 소랑요의 작품을 기다리셨던 분들께 이번 전시는 특히 반가운 소식이 될 것 같아요. 방문객분들께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으실까요?A. 지난 《소랑유영》 전시에서 기대보다 너무 많은 사랑을 받은 것 같습니다. 제 기물이 차를 마시는 동안에라도 작은 위로와 즐거움을 주기를 바랍니다. Q. 한해를 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하는 시기를 함께하는 전시인 만큼 더욱 특별하게 다가오는데요. 새해를 앞두고 해보고 싶은 작업이나 계획이 있다면 들려주세요.A. 매번 같은 고민으로 작업을 시작합니다. 새롭고 특별한… 하지만 늘 그렇지는 못합니다. (웃음) 그래도 소랑요의 그릇을 처음부터 돌이켜 보면 작거나 큰 변화들이 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꾸준히 작업을 하는 것이 계획이에요. 《일월소랑日月小浪 - 권혁문 도예전》은 2023년 1월 8일까지 한남동 handle with care에서 진행됩니다.☞ 전시 소개 자세히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