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주 콜렉션을 준비하며 이따금 어떤 얼굴들을 머릿속에 그려보곤 했습니다. 자신의 속도와 보폭으로 다양한 층위를 쌓으며 살아가는 우리 주변의 동료와 친구들입니다. 귀하고 소중한 날 지어 입은 명주 옷이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의 매일 매순간을 기념하는 조용한 후광이 되길 고대하며, 각자의 영역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4명의 동시대 여성을 만나보았습니다. 명주로부터 시작된 그 이야기를 여기 함께 나눕니다. 《Layered on Layers》 Interview Series01. Studio Ohyukyoung 오유경 대표02. 두오모 허인 셰프03. 박선영 컬럼니스트&모더레이터&오거나이저04. 믹히 타투이스트 Q. 타투는 언제부터 시작하셨나요? 이제 7~8년쯤 되었어요. 주변에 타투를 한 사람들이 많아서 나도 받아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찾아갔는데, 그러다 타투이스트 분과 친분이 생겨 직접 배우게 됐어요. Q. 타투를 배우는 게 어렵지는 않으셨어요?아무래도 기계를 다뤄야 하고, 피부에 대해서도 잘 알아야 하니 조금은 어렵죠. 그냥 종이에 그림을 그리는 것보다 익혀야 할 게 더 많으니 쉽지 않기는 했어요. Q.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타투 이미지들이 인상적이에요. 피드를 쭉 훑다보면 마치 믹히 님의 머릿속을 여행하는 듯한 기분도 들고요.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어요. 낙서도 많이 했고요. 교육 과정에서 그림을 정식으로 배워본 적은 없어요. Q. 주로 어디에서 작업의 영감을 얻으시나요?일상생활에서도 영감이 자주 떠올라요. 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듣다가 어떤 가사에 꽂히면 특정 이미지가 머릿속에 딱 떠오르는 데 그걸 그림으로 표현하는 거죠. 사회적인 사건을 통해서도 영감을 받기도 해요. 제 타투 중에 낚시 바늘에 꽂힌 혀를 그린 것이 있는데요. 자세히 보면 낚시 바늘에 약이 달려 있어요. 예전보다 정신적인 아픔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생각해요. 우울증처럼요. 아무래도 SNS나 유튜브 등을 통해 타인의 과시적인 삶에 계속 노출되고, 그들과 비교하다 보니 우울을 느끼는 것 같아요. 주변에도 병원을 다니는 친구들이 은근히 많아요. 감기처럼 우울증이 오잖아요. 이제는 약이 없으면 못 사는 세상이 된 건가 싶었죠. 물고기에게 낚시 바늘을 던졌을 때 무는 것처럼 약에 의존하는 것에 대한 생각을 그려봤어요. Q. 초기 작품도 그런 내용이었나요?초기 작업은 조금 달라요. 그때는 심플한 라인으로만 그렸어요. 시간이 흘러 좀 더 복잡한 그림을 그리게 되면서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았죠. Q. 한국보다 해외에서 주로 활동을 하시는 것 같아요. 외국으로 타투 투어도 다니시고요.우리나라는 아직 타투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많으니까요. 제 타투를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한국보다 해외에 더 많아요. 제 그림이 약간 동양적이면서도 동양화 스타일은 아닌데요. 그림 안에 스토리를 담으려고 하는 시도를 해외 친구들이 좋아해주는 것 같아요. 코로나 이전에는 외국에 한두 달 정도 머물며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타투를 해줬어요. 호주 멜버른과 뉴욕을 자주 갔었고, 도쿄에서도 작업을 했어요. 베를린과 런던도 종종 갔었지요. 요즘은 해외에 나가지 못해서 타투보다 그림을 많이 그리고 있어요. Q. 그동안 다녀본 나라들 중 어느 곳이 자신과 제일 잘 맞았나요?뉴욕과 일본이요. 뉴욕은 미술관을 다니는 게 너무 즐거웠고요. 일본은 제가 일본 문화와 음식을 좋아해요. 이건 언니의 영향을 받은 부분이 있어요. 일본 문화를 좋아하는 언니 덕분에 어릴 적부터 일본 방송을 많이 봤어요. 한국에 일본 문화가 수입되지 않던 때인데 해적판으로 주로 접했죠. 영화나 만화도 마찬가지고요. 이와이 슌지의 영화,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을 많이 봤어요. Q. 본인의 몸에도 타투가 꽤 많아요. 그중 가장 좋아하는 타투를 꼽아본다면요?잘 안 보이시겠지만 등 쪽에 3개의 타투가 나란히 있어요. 제가 좋아하는 3명의 친구에게서 받은 타투인데, 그림 스타일도 특이하고 다 달라요. 그래서 좋아요. Q. 그러면 몸에 있는 타투들 모두 다른 작가의 작업인가요? 베를린에서 받은 것도 있고 제가 한 것도 있어요. Q. 본인이 직접 하기도 하는군요. 연습하느라 제 몸을 스케치북 삼아 많이 그렸죠. 그런데 초창기에 그렸던 타투는 이제 좀 지우고 싶기도 해요.(웃음) Q. 요즘은 어떤 것에 관심이 있나요?디제잉이요. 제 취미가 LP를 모으는 거예요. 음악 디깅하고. 좋은 음악을 찾아서 디제잉 연습하고 있어요. Q. 최근에 찾은 것 중에 추천할 만한 음악 없나요?브라질리언 신디사이저 음악을 모은 컴필레이션 앨범 〈Onda De Amor〉를 추천해요. 여름과 잘 어울리는 음악들이에요. Q. 인스타그램으로 봤을 땐 어쩐지 센 인상이었는데, 막상 대화를 나누어보니 여리고 순한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어요. 사실 낯을 좀 가리는 성격이에요. 낯선 사람을 만나는 게 편하지만은 않은 성격인데, 제가 하는 일의 특성상 처음 만나는 사람을 아주 가까이 대면해야 하잖아요. 그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도 했어요. 인간관계가 참 쉽지 않더라고요. 사람 사이에서 상처도 많이 받고요. 코로나 이후로 외부 활동을 잘 하지 못해서 편한 점도 있는 것 같아요. 좁아지는 관계 안에서 마음이 편안해진달까요. Q. 마음의 상처는 대개 어떻게 풀어내세요?제가 느낀 감정들을 그림으로 많이 표현하고요. 새로운 사람을 잘 안 만나려는 편이에요. 언제부턴가 사람에 대한 마음을 저와 함께 살고 있는 고양이들에게 주는 듯해요. Q.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해요. 지금까지는 디지털로만 그림을 그려왔는데 물감을 사용해서 캔버스에 그려보고 싶어요. Q. 명주 옷을 입고서 인터뷰를 했는데 착용해보니 어떤가요? 잘 어울려요.촉감이 무척 좋아요. Q. 이 옷을 입고 가보고 싶은 장소가 있나요?바다도 가고 싶고 일본 여행도 떠나고 싶어요. 가서 “이게 마 명주다!” 하고 보여주는 거죠. 사진으로 볼 때는 격식 있는 장소와 어울릴 것 같았는데, 막상 입어보니 여행 때 착용해도 될 만큼 편하네요. 《Layered on Layers - Studio Ohyukyoung 2021 Myungju Collection》은 현재 한남동 Handle with Care에서 진행중입니다.☞ 전시 소개 자세히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