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작품을 곁에 둔 시간 동안 쌓인 수집가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첫 번째 이야기는 스기사키 마사노리 작가의 작품과 일년을 보낸 한지은님에게 청해보았습니다. 한지은님은 티더블유엘의 MD로 회사 초창기부터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한 멤버이기도 합니다. 2022년 1월 20일 글, 사진: 한지은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사물을 좋아합니다. 고요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물이 있지요. 좋은 작품이란 보는 사람의 상상력으로 완성된다고 생각합니다. 2021년 1월 <사귀게 된 돌> 전시에서 작은 조각 하나를 집으로 데리고 왔습니다. 〈Afternoon Nap, or Nirvana〉란 이름처럼 낮잠을 자는 것 같기도, 와불의 형상을 닮아 열반에 오른 것 같아 보이기도 하는 돌 조각이었어요. 따뜻한 빛이 깃든 이 조각은 지난 일 년 동안 저에게 수많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긴밀한 친구가 되었습니다. 차 한잔을 우려 책상에 앉아 조각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누군가를 기다리는 강가의 돌이 되어 보기도, 조각가의 마음으로 자연의 돌에 관해 생각해 보기도 했습니다. 제게 오기까지 부서지고 깎여졌던 시간을 그려보며 보낸 여러 날이 쌓여갔습니다. 발등에 불이 붙은 듯 조바심이 나는 날에는 느긋이 낮잠을 즐기는 모습에 평온을 얻기도 했고, 조각상 위로 짙은 그림자가 드리우면 함께 골똘히 생각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차를 좋아하는 제게 묵묵히 차 한잔을 나누는 좋은 친구가 되어주었어요. 작은 존재가 일상에 주는 반향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습니다. 스기사키 마사노리 작가님과는 2018년 가을, 핸들위드케어 오픈을 위한 작품을 구매하고 싶어 이메일로 처음 연락을 주고받았습니다. 지난 3년간 스기사키 작가님과 수많은 메일을 주고받으며, 작품뿐만 아니라 작가님을 좋아하는 마음이 깊어진 것 같아요. 작가님의 문장은 군더더기 없이 소박합니다. 매우 성실하고 섬세하지만, 저희에게는 늘 넉넉한 마음으로 배려가 넘쳤습니다. COVID-19 때문에 직접 만나 뵌 적은 없지만, 작품에서 받은 기운과 문장이 작가님과 닮았음을 느꼈습니다. 올해도 작가님의 작품을 서울에서 다시 소개할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 요즘 같은 시기라서 더 특별하고 소중하다고 생각해요. 작은 조각이 주는 많은 이야기가 부디 여러분의 마음에도 닿기를 바랍니다. 《돌의 여음餘音 - 스기사키 마사노리 조각전》은 2022년 2월 13일까지 한남동 handle with care에서 진행됩니다. ☞ 전시 소개 자세히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