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방학 放學

허성자 & 임정주 작품전

여름의 녹음 사이로 눈부신 빛이 내리는 7월, 허성자 작가와 임정주 작가의 작품전 《여름 방학 放學》을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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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시골에서 보냈던 여름 방학의 정경을 떠올립니다. 지붕의 차양과 나무 그늘 아래 누워 시간을 보냈던 마루의 시원한 감촉은 오래도록 마음에 남아있습니다. 허성자와 임정주, 두 작가는 완초와 나무 본연의 유순한 아름다움에 주목합니다. 논과 습지에 자유롭게 자라는 풀인 완초. 흙 깊은 곳에 뿌리 내리고 넉넉한 그늘을 만들었을 나무. 자연의 일부였던 사초와 나무는 작가의 손길을 통해 쉼을 주는 생활 공예품으로 완성됩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가 밀도 높은 일상에 놓일 휴식의 자리를 생각하며 만든 협업 작품과 오브제, 신작을 선보입니다.

허성자


국가무형문화재 제 103호 완초장(莞草匠) 이수자로 우리말로 왕골이라고 불리는 사초과의 풀 줄기를 씨줄, 날줄로 엮어 기물을 만드는 완초 공예를 전개합니다. 고도의 집중력과 섬세한 손길을 요하는 전통 완초 공예에 현대적인 디자인을 접목한 작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임정주


한국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공부하고 런던에서 제품 디자인을 공부했습니다. 쓰임새와 기능을 갖춘 물건의 연구부터, 목적과 기능을 부여하지 않는 형태의 작업을 기획 - 디자인 - 구현하는 폭넓은 창작 활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Q. 허성자 작가님은 완초 공예, 특히 화문석이 유명한 강화도에서 태어난 후 쭈욱 그 곳에서 지내셨어요. 2000년대 중반 화문석 문화관에서 일하시다가 2012년에 국가무형문화재 전수 장학생으로 선정, 5년 후에는 제 103호 완초장 이수자가 되셨어요. 환경적인 요소가 있더라도 모두 공예의 길을 선택하지는 않는데, 작가님이 완초 공예의 길을 걷게 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A. 강화도에서도 제가 사는 송해면은 화문석이 제작되어지는 본고장이었기 때문에 화문석은 자연스럽게 배우게 되었는데, 화문석 문화관에 근무하면서 화방석, 삼합 등의 완초 소품이 엄청 다양하다는 것을 처음 알았어요. 왕골의 성질을 알고 다룰 줄 알아서 그랬는지 소품을 배우기 시작하는데, 좀 더 빨리 익힐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완초라는 한줄기의 풀이 나의 손을 거쳐서 여러가지 모양의 물건이 만들어지는 것이 너무 흥미로워서 빠져들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Q. 임정주 작가님은 검은색을 메인으로 한 3부작 전시 《BLACK PART》 와 다르게, 이번 작품은 편백나무 본연의 밝고 화사한 색감에 집중하셨다고 하셨어요. 일부 오브제는 표면의 색감이 변화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오일이 아닌 비누 도장으로 마감하셨고요. 전시를 준비하면서 자주 떠올리신 이미지나 모티브가 된 것이 있다면 들어볼 수 있을까요?

A. 사 년 전 열었던 개인전에서도 여름의 색을 구현하는 작업을 했었는데 그때는 오히려 ‘여름은 빛이 가장 강한 계절이기에 그림자의 명암이 가장 강하고, 그 그림자의 색이 여름의 색이지 않을까’ 하는 정의를 내리고 작업을 진행했어요. 마치 마을의 큰 느티나무 아래 그늘 밑의 평상에 누운 느낌이랄까요. 이번 작업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밝고 화사한 여름을 표현해보고 싶었습니다. 2020년에는 그늘을 보았다면 이번에 바라본 것은 느티나무 잎사귀 사이로 오는 눈부신 빛에 가깝습니다. 방법적으로는 밝은 색감의 편백나무를 소재로 선택하고, 조형이나 기능적인 부분에서도 가볍게 기분을 풀어 줄 수 있는 방향을 추구했습니다. 쉴 수 있는 벤치, 놀 수 있는 목마, 어디서나 즐길 수 있는 코너장처럼요. 

Q. 이번 전시에서는 개인 작업 외에 허성자 작가와 협업하신 특별한 작품들이 있습니다. 허성자 작가님과는 과거 문화유산 보존 단체인 예올에서 전통 장인과 젊은 공예인으로 나란히 선정되시기도 했어요. 협업 작품의 구조나 조형적인 요소를 디자인하셨는데, 함께 작업하시면서 어떠셨는지 궁금합니다.

A. 이번 전시에서는 허성자 작가님과의 지난 전시에서 함께하지 못했던 부분을 풀고자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지난 전시에서 허성자 선생님의 작품 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이 완초가 가지는 평면적 소재감, 그리고 그 소재가 가질 수 있는 조형성이었어요. 이를 극대화하고 잘 표현하는 것에 중점을 두어 디자인 해보았습니다. 코너장인 「트롤리」 의 문짝, 트레이의 윗 상판, 목마의 안장, 벤치의 방석 등 완초가 가지는 평면성과 입체성을 두드러 질 수 있도록 구성하였습니다.


Q. 허성자 작가님, 전시를 찾으시는 관람객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말씀 부탁드려요.

A. 이번 전시 준비 과정을 돌아보니 '단정하고 다정하게' 만들고 싶은 마음으로 작업했던 것 같아요. 완초와 나무가 만난 작품에서 단정하고 다정한 마음을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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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작가가 여름의 빛과 휴식의 자리를 떠올리며 특별한 협업을 전개한 작품전 《여름 방학 放學》. 완초와 나무가 이루는 너른 그늘을 통해 삶과 쉼의 방식을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기를, 유용하고 아름다운 일상의 공예품을 만나는 기쁨을 누리길 기원합니다.

2024년 7월 20일 - 8월 4일

Tue - Sun, 12 - 7 PM (Monday Closed)  

서울시 용산구 녹사평대로 40나길 34, 4층

070-4900-0141

전시 기획: Handle with Care

전시 그래픽: 이재민

식물 연출: 보타라보 정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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