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ping Eternity

장훈성 공방 작품전

춘분을 지나 완연한 봄을 맞이하는 3월, 장훈성 공방 작품전 《Shaping Eternity》를 엽니다.

분청과 회령유로 자연의 모습을 담아내는 장훈성과, 작은 동물의 사랑스러움을 포착하는 나카야마 마미유. 서로 다른 조형 언어를 사용하지만, 두 작가의 생활 자기와 차도구는 따뜻함과 편안함이라는 공통된 가치 속에서 유연하게 이어집니다.

이번 전시의 부제는 ‘십장생: 오래도록 깃드는 삶’입니다. 자연과 동물의 이야기를 작품에 담아온 두 작가는 십장생 모티프를 통해 삶에 대한 깊은 이해를 나누고자 합니다. 십장생을 표현한 신작을 비롯해, 불에 의해 자연스럽게 흘러 섞이며 우연의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 회령유 작업과 새로운 포포 에이 시리즈를 선보입니다.

장훈성 공방

장훈성, 나카야마 마미유 두 작가가 함께 공방을 운영하며, 분청과 회령유를 이용한 생활 자기와 차도구를 만듭니다. 분청 특유의 차분한 온기를 지닌 공예품, 반려견과 반려묘의 모습을 세심히 빚어낸 ‘포포에이’ 시리즈, 볏짚 재가 더해져 오묘한 색감을 띠는 회령유 기물, 전통 문양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업을 통해 편안함과 따뜻함을 전하고자 합니다.

Q. 작가님이 처음 제안 주셨던 전시의 키워드는 ‘십장생’이었어요. 십장생이 영원을 상징하는 존재란 점에 착안하여 전시 타이틀도 《Shaping Eternity》로 정해졌는데요, 십장생을 키워드로 삼게된 이유나 배경이 궁금합니다.
A. 나카야마 마미유(이하 마미유): 늘 남편이 작업 속에 산과 자연을 담고자 하는 모습을 지켜봐 왔고, 이번 전시를 통해서 그 표현이 좀 더 구체적이고 새로운 방식으로 확장되길 바랐어요. 그래서 십장생을 주제로 선택하게 됐고요. 저는 저대로 포포 에이 시리즈로 이 전시에 참여해 십장생의 형태(산, 구름, 물, 돌, 거북이 등)를 표현하면 재미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Q. 십장생의 모습을 담은 포포 에이 시리즈라니 상상만으로도 무척 사랑스럽고 흥미롭네요. 이번 전시에서 십장생 작품과 더불어 어떤 작품을 더 만날 수 있을까요? 작품에 담긴 이야기가 있다면 함께 들려주세요.
A. 장훈성: 새로운 것은 회령유의 산 시리즈나 돌 그리고 도벽(도판)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회령유의 특성이 중력과 불의 의해 구워지면서 자연스럽게 밑으로 흘러내리는 것인데, 이 과정에서 여러 유약이나 흙과 섞이면서 다양한 표현이 되어 재미난 현상이 만들어집니다. 사람의 손에 의해 만들어지는 게 아니고 오로지 불과 중력의 흐름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생각지 못한 장면이 연출되기도 하고 재미난 표현이 나오기도 합니다. 이런 부분들을 눈여겨봐 주시길 바라요.
마미유: 배 시리즈가 있는데요. 배를 타고 멀리 여행 가고 싶은 제 작은 소망을 담았습니다.

Q. 장훈성 공방의 생활 식기와 차도구를 통해 ‘편안함과 따뜻함’을 전하고 싶다고 늘 이야기해 오셨는데요. 작업의 뿌리가 되어주는 이 가치가 두 분께 어떤 의미인지 궁금합니다. 그런 따뜻함을 소중히 여기게 된 특별한 계기가 기억이 있으신가요?
A. 장훈성: 분청작업을 주로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따뜻하고 깊이 있는 작업에 매료되어 그 방향을 추구하게 되었습니다. 또 생활자기는 누구나 편안하게 자주 쓸 수 있어야 하고 음식이 돋보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고민을 거듭하다 보니 편안함과 따뜻함을 전달하는 작업을 하게 된 것 같네요. 작업을 하다 보면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자주 하게 됩니다. 제게 아름다움이란 따뜻함과 편안함을 의미하는 것 같아요. 도자 공예가 주는 큰 매력이기도 하고, 그중에서도 분청이 가진 특별한 매력이지 않을까 합니다.
마미유: 일본에서 와 처음 한국미술을 접했을 때부터 그 안에서 느껴지는 편안한 느낌이 좋았습니다. 남편이 만든 분청 도자기에서도 제가 표현하는 것과는 다른 편안함이 전해졌고, 이 느낌을 저뿐만 아니라 손님들도 함께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자연스럽게 작업을 돕는 양이 늘어나면서 저도 이 따뜻한 감성을 포포 에이 시리즈에 담아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작업하고 있어요.

Q. 포포에이 시리즈를 작업하실 때 강아지와 고양이가 다정하게 어울리는 영상을 보며 제작하신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 모습을 떠올리니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더라고요. 작품 하나하나에 ‘가족을 바라보는 모습’, ‘공놀이하는 친구’, ‘꼬리를 흔들며 누군가를 기다리는 친구’ 같은 이야기를 담는다고 하셨는데, 이 스토리는 어떤 과정을 거쳐 정해지나요? 시리즈의 전체적인 작업 과정도 궁금합니다.
A. 마미유: 언젠가 제가 없어도 포포 에이 시리즈에 담긴 이야기가 잘 전달되기를 바라요. 그래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하나하나 이야기를 생각하며 제작합니다. 동물의 표정이나 자세를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이유도 이야기를 쉽게 전달하고 싶기 때문이에요. 스토리는 주로 인터넷에 올라온 여러 동물 친구의 모습을 보며 영감을 받아 만들고 있어요. 최근에는 흙의 성질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작업을 하려고 해요. 포포 에이 시리즈를 통해 도자기로 완성되는 흙의 매력을 꺼내 보이고자 합니다. 

Q. 완연한 봄의 한 가운데 전시가 시작됩니다. 전시를 찾는 관람객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A. 장훈성: 저희 작업을 보면서 무언가 몽글몽글한 감정을 느끼고 웃으면서 돌아가셨으면 합니다. 

마미유: 애써 어우러지려고 하지 않고 각자의 모습 그대로 다름을 인정하며 지내는 것도 편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보는 분들은 통일성이 없고 제각각이라고 느끼실 수도 있지만, 우리에게는 이 모습이 가장 자연스럽고 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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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흐르고 함께하는 순간이 쌓일수록 같은 방향을 바라보지 않아도, 어우러지려 애쓰지 않아도 서로 이해하며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2인승 자전거에 올라 상대가 가고 싶은 곳을 훌쩍 따라가듯 흐름에 몸을 맡긴 채 작업을 이어가는 장훈성과 마미유. 두 작가의 작품을 마주하며 함께하는 것의 의미를 발견하고, 십장생이 전하는 삶의 근원적인 소망을 되새겨보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2025년 3월 21일 - 4월 6일

Tue - Sun, 12 - 7 PM (Monday Closed)
서울시 용산구 녹사평대로 40나길 34, 4층
070-4900-0104

전시 기획: Handle with Care
전시 그래픽: 이재민
식물 연출: Botalabo 정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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