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nia’s Kinderzimmer
큐레이션 작품전
작년 늦여름, 뮌헨의 테이블을 유쾌하게 펼쳐보였던 소니아가 서울에서의 두번째 챕터를 엽니다. 여름을 관통하며 소니아가 전하는 올해의 주제는 《Sonia’s Kinderzimmer》. 아이였던 우리 모두를 위한 이야기예요.
이번 전시는 좋아하는 마음을 매개로 독창적인 협업을 전개하는 《Sonia Meets》의 세계를 조우하는 반가운 자리이기도 합니다. 뮌헨의 라이프스타일을 배경 삼아 공예가, 아티스트와의 작업을 선보이는 소니아 미츠는 더 넓게, 일년의 시간만큼 밀도가 높아졌습니다. 전시를 위해 특별히 만들어진 김수연, 김예지, 노은주, 마고, 박선민, 서윤정, 이송희, 정지원 여덟 작가의 작품과 소니아 컬렉션이 함께합니다.
소니아
뮌헨과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해온 아트디렉터 소니아. 독일계 브랜드에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크리에이티브 디렉션을 경험했습니다. 현재 《Sonia Works》라는 타이틀로 라이프스타일, 건축, 전시기획 등 다종다양한 클라이언트 잡에 열중하는 한편, 《Sonia Meets》 를 통해 애정하는 작가들과의 독창적인 협업을 선보입니다.
Artists with Sonia's Tablescape
이송희 │펜드로잉
소니아의 킨더침머 속 제 영역은 어릴 적 살던 집의 작은 마당과 식물입니다. 마당을 가꾸던 엄마를 떠올리게 하는 제비꽃, 마른 콩에 물을 적신 솜을 덮어 싹이 트는 과정을 기록하던 기억도 떠오릅니다. 모든 것이 뒤죽박죽인, 무한한, 들뜬, 천진난만한, 호기심 넘치는, 복합적인 감정들의 유년 시절. 제 그림을 감상하는 분들도 그림을 통해 그 시절을 떠올리게 된다면 좋겠습니다.
Sonia’s Words
송희작가님이 반가워할 만한 앤틱 프레임을 찾아냈을 때, 좋아하는 그리스 신화가 드로잉에서 감지될 때, 식물도감 한 권 통째로 삼킨 듯 꽃 구근을 묘사할 때, 세상엔 사람보다 아름다운 것들이 훨씬 많아 인물을 그릴 수 없다고 심드렁하게 이야기할 때… 저는 내적으로 환호합니다. 화자란, 화가란, 화상이란!
박선민│유리공예
소니아와 함께 어릴 적 유리의 기억을 더듬어봤어요. 엄마가 키웠던 금붕어 어항, 튤립을 즐겨꽂는 소니아의 빈티지 화병에서 열쇠를 찾았습니다. 어느 날엔 해변의 기억에 대해 얘기를 나눴습니다. 삼원색의 선명한 비치볼 Beach ball 이 비치보울 Beach bowl 이 되면 좋겠다는 소니아의 바람은 이렇게 현실이 되어… 뜨거운 계절, 작업실에 시원한 해변을 들이고 싶은 마음으로 즐겁게 작업했어요.
Sonia’s Words
유년 시절 우리 곁의 유리를 찾아서… 선민 작가님과 함께 금붕어를 떠올리고 해변의 기억을 담았으니 이름도 그대로 지었어요. Fish bowl, Beach bowl… 공간에 이야기와 계절을 담는 일에 부지런하면 생활에 활력이 생기거든요.
노은주│금속공예
「빗방울이 그린 얼굴」 비 오는 차창 밖 빗방울이 맺히고 흐르고 흩어지는 자욱들을 가만히 바라보는 걸 좋아했어요. 그 안에서 ‘얼굴'을 찾아내는 게 저만의 놀이였거든요. 한동안 잊혀졌던 이 놀이는 제 아이들에게 전수되었어요. 자연물에서 저마다의 표정을 찾아내는 아이들을 바라볼 때면 추억은 방울방울. 백동의 얼굴 속 눈, 코, 입은 스털링실버 925로 수제작한 귀걸이와 반지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Sonia’s Words
제가 그린 얼굴은 눈부신 여름날의 얼굴이에요. 애비에이터 선글라스를 쓴 얼굴을 찾아보세요! 싱거운 농담 건네듯, 상대에게 말을 거는 장신구를 좋아해요. 선글라스는 브로치와 목걸이 겸용으로 착용할 수 있습니다.
김수연│패브릭아트
어떤 사람은 빨강으로, 어떤 상황은 세피아로, 또 어떤 감정은 핑크로. 저는 소리나 냄새, 향 보다는 보는 것, 특히 컬러로 인물, 상황, 감정을 기억해요. 그런 나에게 소니아는 머스터드와 올리브그린으로 기억되는 사람. 분명한 단서로 천과 실을 골랐습니다. 소니아 미츠의 ‘소니아와 수연’ 을 만난 이들에게 저는 폭신함을 담당하고 싶어졌어요. 목화솜을 채운 폭신한 방석을 준비할게요. 앉는 순간, 긴장감은 내려놓고 행복감이 올라가기를!
Sonia’s Words
5년 전, 주니어의 첫 돌 베개로 수연님을 만났어요. 머스타드와 그린 컬러의 방석 두 점은 주니어의 체스 전용 방석이죠. 보드게임을 할 때, 반려동물의 자리가 필요할 때 기분 좋은 자리를 만들어줍니다.
서윤정│회화
「Floating Painting, 공중그림」
소니아와의 이번 협업은 공중에 띄운 귀여움의 모음집으로 부르겠어요. 기억의 조각들에 각각의 형을 부여해 작은 패브릭 조각 위로 옮겼습니다. 아이와 함께 하는 일상에서는 뜻밖의 낭만적인 요소들을 마주치곤 해요. 그런 순간을 조각으로 옮겨 그리고 잇고 둥둥 띄웁니다. 제 작업이 유년 시절 어느 나른한 오후의 행복감과 닮아있다면, 달콤한 디저트일 수 있다면!
Sonia’s Words
저와 같은 시절을 통과중인 윤정 작가님과는 아이와 함께하는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나눕니다. 순도 높은 행복감을 꿰어 공중에 띄우면 공간에 기분 좋은 리듬이 생길거에요.
김예지│회화
「Little people,작은 사람」
어릴 적 시공간에선 장난감을 빼놓을 수 없죠. 피셔 프라이스사의
Sonia’s Words
마고 Magot│니들펠팅
예쁘고 먹음직스러운 케이크를 나누어 먹었던 행복한 시간, 체스판을 가운데 두고 마주 앉아 펼쳤던 매일 새로운 세계, 달과 별을 만나기 위한 열기구 여행을 비롯한 귀여운 꿈들. 포근하고 몽글몽글한 어린 시절의 기억들 가운데, 함께 나누면 더 따뜻해지는 이야기들을 펠트로 전합니다.
Sonia’s Words
두 살 주니어의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우리만의 이야기가 스민 독창적인 오너먼트를 선물하고 싶었어요. 남독의 빵 브렛첼, 꺼지지 않는 초, 행운의 버섯, 납작 복숭아 등 천진하고 사랑스러운 니들펠트 오너먼트 시리즈는 올 해로 벌써 네 번째. 주니어가 외칩니다. 마고 최고!
정지원│도예
제 작업을 가장 잘 이해하고 소화하는 소니아와 테이블의 정경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손이 자주 가는 매일의 그릇, 테이블에 마주 앉은 이들에게 좋은 바탕이 되는 그릇, 기쁜 자리에서 작은 목소리로 환호를 보태는 그릇이 되길 바랍니다. 오늘도 소니아는 새로 기획중인 보울의 깊이를 탐구 중이고, 저는 열심히 물레를 차고 내일의 가마에 행운을 빌어요.
Sonia’s Words
지난 전시에서 많은 분들을 애태웠던 요거트보울과 카푸치노컵 시리즈는 넉넉히 준비했어요. 이끼색 유약은 처음이죠? 갖고 있는 어느 그릇들과도 좋은 합을 보여줄겁니다. 역시 제가 필요해서 선보이는 아이스크림 보울의 쓰임새는 또 얼마나 무궁무진한지!
소니아│빈티지 컬렉션
소니아의 킨더침머 세계관을 만든다면 여기가 중앙본부일겁니다. 대량 생산 방식이 아닌 주문제작으로 만들어진 70년대 인형의 집입니다. 상점을 테마로 한 인형의 집 두 채를 뮌헨 지하창고에서 옮겨왔어요.
원목을 짜맞춤해 서랍을 만들고, 손잡이를 못으로 고정하고, 시대를 풍미하는 상점의 간판을 달았습니다. 손바느질로 지은 옷을 입은 주인들의 표정 또한 가히 독일적이죠. 예쁜 그래픽의 미니어처 식료품 상자를 찾을 때마다 매대를 채워넣었습니다.
Q. 테이블을 주축으로 했던 작년의 큐레이션 전시는 다종다양한 수집품, 각기 다른 분야의 작가 여섯 분의 작품이 한 자리에서 볼 수 있어 많은 분들이 찾아주셨던 기억이 납니다. 올해 전시명은 《Sonia’s Kinderzimmer》. 이야기의 배경이 식탁에서 아이의 방으로 바뀌었어요. 이 이야기의 시작이 궁금해요.
A. 킨더침머는 독어로 아이의 방을 뜻해요. 물리적 공간이라기보단 우리가 지나온 시공간을 얘기하고 싶었어요. 주니어를 통해 제 유년 시절을 복기하는 경험이 아주 흥미롭거든요. 한 때 아이였던 우리들을 위한 자리를 만들어보자며 8인의 소니아 미츠 크루가 헤쳐모였습니다. 8090 유년 시절을 보낸 우리에게 친밀했던 정경, 사물, 그 시절의 색온도, 채도, 습도까지… 즐겁게 싱크를 맞춰 각자의 작업으로 풀어냈습니다. 더불어 제 뮌헨 지하 창고 킨더 섹션에서 온 사물들이 또 능청맞게 사이사이 한 자리씩 차지할텐데요. 아마 오래된 찬장과 서랍을 열어보는 기분이 들 거예요. 본 적 없고 희한하고 아름다우며 웃기고 천연덕스러운 자리가 될 예정입니다.
Q. 이번 전시는 작가님과 함께 독창적인 협업을 전개하고 있는 〈Sonia meets〉가 새롭게 몰두하게 된 프로젝트를 서울에서 소개하는 자리기도 해요. 8인 작가님과 함께하면서 아우르는 폭도 넓어지고 밀도도 높아졌어요. 작업 과정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전시를 기획하며 한동안 여덟 작가님들의 유년 시절의 이야기를 수집했어요. 마당에 피던 꽃, 비오는 날 차창에 그리던 낙서, 엄마의 어항, 갖고 놀던 피규어, 현 2세를 통해 복기하는 추억들… 돌이켜보면 우리 어릴 적 마냥 무구하고 청량하기만 했던 건 아니었어요. 맨날 비누방울처럼 몽글몽글은 아니었던 거죠. 귀여우면서도 내면엔 버석한 슬픔, 천진한 사악함을 품기도 했던, 양면색종이같던 시절이었어요. 각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면 영화 《인사이드 아웃》 속 감정 구슬들이 우르르 쏟아져나오는 마법. 어릴 적 커다란 ‘기쁨’의 지분과 ‘추억 할머니’를 맡아줄 반짝이는 작업들이 그만큼 또 많이 나왔습니다.
Q. 수집품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게요. 관심사의 스펙트럼이 넓으시지만 이번 전시를 위해 뮌헨에서 도착한 빈티지 컬렉션은 꽤 놀라웠어요. 80년대 독일 학교에서 썼다가 보관하고 있었던 괘도(걸그림)을 과거 교장선생님이었던 분의 집에서 발견하신 일, 웃지 않고 어딘가 도도해보이는 시크한 표정의 인형, 이정도면 공예의 영역이 아닌가 싶을 정도의 디테일을 지닌 미니어처들도 있었어요.
A. 제가 실재했던 시공간은 아니지만 저를 강력히 끌어당기는 노스탤지어의 범주가 있어요. 그 안에서 수집의 여정이 시작되곤 해요. 7-80년대 학교에서 시각자료였던 괘도는 지금으로 말하면 아날로그 키노트에요. 이걸 아는지 모르는지로 연령대가 판독된다고 하는데(웃음) 뮌헨 가까운 동네 친구 집엔 방마다 옛 세계지도 괘도가 걸려있어요. 괘도의 출처를 물어보니 그 친구의 이모가 8-90년대 교감직에 계셨었다고. 내친 김에 친구와 이모댁에 방문했는데, 반백년 된 괘도 컬렉션을 하나씩 펼쳐보면서 이 시절의 그래픽과 색감에 반했어요. 한 점을 선물 받고 그 날 이후 독일 괘도 컬렉터가 됩니다. 친구 이모님의 소개로 좋은 상태의 괘도가 있을만한, 역시 지금은 은퇴하신 옛 교구상을 찾아가기도 했어요.
한 번은 유명 리빙숍에 걸려있는 비매품인 괘도가 눈에 띄었는데 오너의 소장품이었어요. 몇 번을 방문해 눈을 떼지 못하자 역시 제 것이 됩니다. 괘도는 7-80대 주로 생산되어 90년대 중반까지 교육기관에서 공동으로 사용했던 교구지만 대량 생산품은 아니었고, 세월이 세월인만큼 좋은 상태로 보존된 것이 많지 않아요. 저는 한 시절의 가치 있는 아트워크로 여깁니다. 그 중 열 점을 선별해서 이번 전시에서 소개하게 되었어요.
《Sonia’s Kinderzimmer》에 놀러오셔서 무구한 웃음과 기억을 마음껏 나누어 주세요. 돌아가는 길에는 각자의 흑백사진의 소중한 액자가 되어줄 빈티지와 전시 한정 작품을 품에 안고 떠날 수 있기를!
2024년 6월 28일 - 7월 14일
Tue - Sun, 12 - 7 PM (Monday Closed)
서울시 용산구 녹사평대로40나길 34, 4층
02-797-0151
전시 주최: Handle with Care
전시 기획: Sonia
참여 작가: 김예지, 김수연, 노은주, 마고, 박선민, 서운정, 이송희, 정지원
포스터 디자인: 이재민
식물 연출: 보타라보 정희연
사진 촬영: 핸들위드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