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감 日常茶感

토림도예 개인전


가을의 끝자락인 11월, 토림도예의 개인전 《일상다감 日常茶感》을 시작합니다. 

이번 전시는 핸들위드케어가 새로운 시즌을 앞두고 여는 마지막 전시로, ‘매일 편히 마시는 한 잔의 차’를 주제로 한 토림도예의 신작과 차 기물을 선보이는 자리입니다. 호박과 석류, 분재와 반려묘. 도포 자락이 휘날리도록 춤을 추는 이와 보름달을 바라보는 토끼의 모습. 흙의 온기를 품은 다기 위로 섬세하게 그려진 그림에는 반복되는 생활 속에서도 애틋한 순간과 계절의 기쁨, 소망과 같은 일상의 다감 多感 한 정서가 고루 담겨있습니다. 물처럼 마실 수 있는 대용차를 위한 큰 찻잔과 여행용 다구 세트, 청룡의 해를 기념하여 용을 그린 다기도 새롭게 소개합니다.

토림도예

부부작가인 신정현 작가와 김유미 작가가 운영하는 토림도예는 안성 한운리에 작업실을 두고 다양한 차 기물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차를 낯설어하는 사람도 쉽게 차를 접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다기를 만듭니다.    


Q. 동료이자 부부인 두 분이 토림도예에서 각각 어떤 역할을 맡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A.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물레작업은 정현작가, 조각이나 그림은 유미작가가 맡아서 하고 있습니다. 거시적인 흐름은 유미작가가 정하고 미시적인 계획들과 방향은 정현 작가가 정하는 편입니다. 물론 모든 것을 결정할 때에 서로 상의하는 시간을 거치죠. 이제는 함께 토림도예를 꾸린지가 꽤 되어서 서로 합이 잘 맞아요.  


Q. 한편, 작업실 곁 차실을 통해 방문객 분들께도 차를 내어드리고 계세요. 작업을 하시는 중에도 차실을 여실만큼 차를 좋아하시게 된 계기가 있으실까요? 

 A. 저(신정현)는 어려서부터 차를 마셨어요. 그냥 물처럼 마셔서 다도라던가 차의 맛이라던가 구분하지 않고 그냥 마셨죠. 그래서 도자기를 업으로 삼기로 마음 먹었을 때 그냥 당연하게 다기를 만들어야겠다 라고 생각했었어요. 저(김유미)는 신정현 작가를 만나며 차를 마시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훨씬 깊이 빠져버렸어요. 기분에 따라, 계절에 따라 차를 고르는 시간부터 그에 맞는 다기를 고르는 시간이 다 재미있어요. 


작업실에 있는 차실은 저희가 차를 마시는 공간 겸 쇼룸입니다. 아무래도 도자기를 실제로 보고 구매하시려는 분들이 방문하시는데, 도자기를 보러 먼길을 오시는게 감사해서 뭐라도 해드리고 싶어, 차를 내어드리고 있습니다. 함께 차를 마시면서 대화를 나누면 돌아가실 때 대부분 기분좋게 가시는데 그 모습이 보람차기도 하구요. 저희 둘 모두 차를 마시는 걸 좋아하고 이것을 즐기고 나누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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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일상에서 편히 마시는 차를 위한 다기’는 토림도예의 오랜 지향점이기도 해요. 이번 전시에서는 물처럼 일상에서 편히 마시는 ‘대용차’ 를 위한 크기의 컵들도 만나볼 수 있는데요. 이번 작업이 기존의 작업과 차별화된 지점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A. 이번 전시엔 기존에 작업하지 않았던 양이잔들과 함께 찻자리 뿐 아니라 다양한 일상에서 함께 할 수 있는 잔과 컵 사이 어디쯤 있는 그런 기물들을 작업했습니다. 특히 무언가 애매한 사이즈가 막상 써봤을 때 의외로 손이 많이 가는 경험들이 있었는데, 지금도 작업하고 있는 무용도잔이 그렇습니다. 격식을 차리지 않은 일상에서 숭덩숭덩 차를 마신다거나, 차를 마시지 않을 때 물컵 혹은 술잔으로도 쓸 수 있는 그런 것들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해요.


Q. 작업 과정에서 흥미로운 에피소드나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었다면 들려주세요.

A. 이번 전시는 꽤 오랜시간 준비한 전시입니다. 크기 선정이나 디자인 등등 규격이 없다보니 크기 선정하는데 많은 시간이 들었어요. 물론 지금도 부족하거나 아쉬운부분들도 있지만 열심히 다듬어 만들었습니다. 특히 〈린넨 여행기〉는 방향을 정하는데도 오래 걸렸고 마지막까지 샘플 작업만 몇 차례나 수정에 수정을 더했습니다. 최종결과가 너무 늦어서 끝까지 긴장하셨을 핸들위드케어에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올립니다. 이번 기물들이 많은 분들의 일상에 녹아들기를 기원해봅니다. 


Q. 전시를 찾으시는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A. 정답이 없는 길에서 때때로 헤맬 때 방향을 잡아주고 정신을 차리게 하는 것은 대부분 저희 도자기를 사용하는 손님들의 이야기들이었어요. 애정이 담긴 이야기들은 항상 새겨듣고 있구요.(칭찬뿐 아니라 비평도요!) 매번 전시를 준비하고 오픈이 가까워 오면 부족한 부분이 더 커보이고 아쉽게 다가옵니다. 이건 저희가 작업을 못하게 되는 그 날까지 계속되겠죠. 토림도예를 시작한 첫 해부터 어수룩한 저희 도자기를 매년 사주신 손님이 계셔요. 그 분이 해주신 말씀이 가슴에 남아있습니다.

“저는 작가님의 도자기가 좋아서 사는 것도 있지만 작가님의 인생을 사는거라고 생각해요. 작가님과 작가님의 작품이 발전할수록 저도 좋은 인생과 작품을 사는거죠.” 이 이야기를 들은 뒤론 저희 부부도 어제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작품 역시 어제의 것보다 오늘의 것이 더 좋길 바라며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직 부족하게 느껴지는 부분들이 많지만 서로 많이 이야기 나누며 더 좋은 방향을 찾아가면 좋겠어요. 작가와 손님이 아닌 더 좋은 삶과 더 좋은 작품을 바라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길 바랍니다.

공간을 연 이래 차를 매개로 한 기물과 공예품을 소개해왔던 핸들위드케어의 마지막 전시로 토림도예의 차 기물을 소개할 수 있어 저희로서는 무척 뜻깊고 기쁜 마음입니다. ‘소박한 집에서 차를 즐기는’ 모습을 담고자 했던 茶 문자 본연의 의미처럼, 이번 전시가 각자의 생활 속에 따스하게 스며들기를 바랍니다.

2023년 11월 09일 - 11월 26일

Tue - Sun, 12 - 7 PM (Monday Closed)  

서울시 용산구 대사관로 43 1층 Handle with Care

02-797-0151

전시 기획: Handle with Care

포스터 디자인: 이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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