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운 틀
고희승 & 이지은 듀오 작품전
반짝이는 초여름, 금속공예가 고희승과 유리공예가 이지은의 듀오 작품전 《부드러운 틀》을 소개합니다.
고희승, 이지은 작가는 동일한 형태를 완성하는 일반적인 캐스팅(Casting)기법과 달리, 부드러운 틀과 같은 손길로 저마다 고유한 형태를 지닌 작품을 창조합니다. 이번 전시는 유리와 금속의 서로 다른 물성을 재료로 하되, 비정형 형태가 지닌 자유로운 미감의 작업을 전개해 온 두 작가의 대표작과 신작, 전시를 위한 콜라보레이션 작품을 소개하는 자리입니다.
고희승
1994년부터 주얼리 스튜디오를 운영해 왔으며 2017년 개인전 《사물에서 장식으로》를 비롯하여 다수의 개인전과 단체전, 국제 아트페어에 참여하였다. 2019년 《로에베 공예상 LOEWE Craft Prize 2019》, 《슈묵 뮌헨 박람회 Schmuck 2018, 2019》의 파이널 리스트에 선정되었다. 현재 국립현대미술관과 서울공예박물관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이지은
쿠라시키예술과학대학 학부과정에서 유리를 전공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유리조형 석사 과정을 졸업하였다. 2018년 개인전 《신묘》, 《기억의 온기》를 연 뒤 2021년 중국과 국내 단체전에 참가하였으며 2022년 KCDF 주관 공예디자인 후속개발상품 작가로 선정되었다.
Q. 고희승 작가님은 20여 년이 넘는 긴 시간동안 주얼리 작업을 해오셨어요. 자유롭고 독특한 디자인인데 눈으로 보는 것보다 직접 착용해볼 때 더 좋아서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무게감 또한 무척 절묘하고요. 오랫동안 신체에 사용하는 주얼리를 만들게 된 원동력, 이번 전시로 확장되는 지점에 대해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A. 작고 밀도있는 물건의 응축된 힘과 섬세함을 좋아하고 제가 잘 표현할 수 있는 대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장신구가 표현의 대상이 되었죠. 특히 반지는 손가락에 끼고 촉감을 직접 느낄 수 있고, 다른 장신구와 달리 타인이 바라보는 시점이 아닌 착용자 자신이 바라 볼 수 있는 점도 매력적입니다. 반지는 누군가의 손에 전해지고 착용하면서 길들여지는 모습이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거든요. 그 부분은 반지에서 확장된 사물들도 공통점을 가지고 있어요.
Q. 이지은 작가님이 〈Touch of Nonchalance Series〉 작업에 대해 이야기해주신 부분 중, “온전한 모습이 아닌 변화하는 모습에 초점을 두고 순간을 포착했다.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존재가 지닌 소멸과 상실은 존재의 숙명이다” 라고 말씀하신 부분이 인상깊었어요. 생겨나는 과정에 놓여있기도, 사라지는 순간이기도 한 것 같은 기물의 면면을 오래 바라보게 되더라고요. 작업 과정이 녹록치 않았을 것 같아요.
A. 처음 이 작업을 시작하고 우연치않게 시도했던 기법에서 나온 텍스처에 한 눈에 반했던 기억이 납니다. 오랜 시간 유리라는 물성을 다뤄왔지만 무언가 유리같지 않은, 오랜시간이 지나 부식된 듯한 질감과 불투명과 투명 사이의 오묘한 반짝임을 발견해 또 한번 놀랐던 순간이었어요. 하지만 온도와 시간에 너무나 예민한 기법이라 같은 온도와 시간을 유지해도 주저앉거나 실패하기 일쑤였어요. 버린 유리들이 어마어마하게 많습니다. 힘들게 나온 결과물이라 저에게는 더욱 애정이 가는 작업입니다.
Q. 이번 듀오 전시에서 특별한 협업 제품을 만드셨어요. 황동 손잡이가 달린 유리합과 황동 인센스홀더와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유리 트레이인데요. 전시를 위해 함께 기물을 구상하고 제작하시면서 소감이 어떠셨는지 궁금합니다. 작업과정과 마음가짐 모두 개인작업과는 차이가 있을 것 같은데, 특별히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으셨는지요.
A. 평소 제작하는 방식과 조금 다르게 자유롭게 작업을 해서 재미있게 느껴졌어요. 마치 구속받지 않는 느낌처럼요. 그리고 금속과 직접 결합하는 작품을 시도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고희승 작가님의 손맛과 저의 손맛이 잘 어우러져 색다른 조화로움을 발견한 것 같습니다. / 사실 협업을 할때는 호기심, 기대감과 함께 조심스러운 마음이 공존해요. 두 작가의 생각을 맞추고 작업에 잘 스며들어서 하나의 좋은 작업으로 완성된다는 것이 쉽지 않다고 생각해요. 시행착오에 대한 우려와 걱정이 늘 있죠. 각자의 상황도 다를테니 서로를 살피는 시간이 필요한데 지역이 가깝지 않았는데 전시 준비 후반부에 시작한 협업이 시행착오없이 순조롭게 진행되서 신기하고 기뻤습니다.
손 위의 장신구에서 벽과 가구 위 손잡이(Knob)와 걸이(Hook)까지, 30여 년 가까이 ‘촉감의 도구’를 만들어 온 고희승 작가, 유리의 물성을 탐구하며 사물의 생성과 소멸의 순간을 포착한 오브제 작업을 전개하는 이지은 작가가 이루는 아름다운 하모니를 함께 즐겨주시길 바랍니다.
2024년 5월 17일 - 6월 2일
Tue - Sun, 12 - 7 PM (Monday Closed)
서울시 용산구 녹사평대로 40나길 34, 4층
070-4900-0141
전시 기획: Handle with Care
전시 그래픽: 이재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