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짙은 기억

소사요 & 뷰로 파피에 작품전

농도 짙은 여름날, 소사요와 뷰로 파피에의 작품전 《꽤 짙은 기억》을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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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사요 김진완 작가는 검은 흙으로부터 더 짙은 검은색을 찾고자 매일의 흙과 물레 앞에 앉습니다. 무유의 표면을 오랜 시간 연마하여 얻은 질감은 각자의 기억 속에 요철처럼 사라지지 않는 감각과 순간을 환기시킵니다.


오랜 시간 부딪히고 깎여 반질한 돌멩이가 만난 파도, 깊은 곳에 한참을 묻혀 있다가 밖으로 나온 고목의 껍질이 기억하는 땅 속의 흙냄새, 수많은 두들김으로 패이고 접힌 상처 가득한 무쇠가 견딘 열기. 뷰로 파피에는 빛이 소거된 가장 어두운 조각에 어떤 시절의 음을 붙이고 노랫말을 더하여 소사요와 함께 기물의 형태를, 짙고 검은 빛깔을 찾아갑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시간과 효율에 타협하지 않고, 다정한 헤아림과 섬세한 서정을 주고받으며 긴 호흡으로 완성한 흑색 자기를 선보입니다.

뷰로 파피에 BÜRO PAPIER


공간의 페르소나와 사물의 관계에 대해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뷰로 드 끌로디아〉 고유의 심미안으로, 공간 연출에서 나아가 공간을 구성하는 사물로서의 공예품을 아티스트와 함께 그려갑니다.

소사요 小沙窯 


‘작은 모래’ 라는 뜻을 지닌 소사요 김진완 작가는 일상에서 곁을 내어주고 오랜 시간 함께 지낼 순하고 단단한 기물을 만듭니다. 분청과 백자, 흑색자기에 이르는 폭넓은 작품 활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Q. 안녕하세요, 전시로는 처음 인사드립니다. 간단히 소개 부탁드려요.

A. 안녕하세요. 저는 공간 기획 및 연출팀 뷰로 드 끌로디아와 공예 기물을 소개하는 뷰로 파피에를 이끌고 있는 문지윤입니다. 인문학적 사고와 서사를 소중히 여기며, 공간의 페르소나와 연결된 사물들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짓고 맺는 것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15년 전에 일을 시작한 이후로 매번 제 이름 앞에는 Listener & Writer 를 새기곤 하는데 우리와 함께 일하고자 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고 우리의 언어로 다시 적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Starer 라는 단어를 더했습니다. ‘눈길을 모아 곁의 사물들을 응시하는 자’ 라는 역할을 자처하면서요.


Q. 이번 전시는 뷰로파피에가 오랜 인연을 함께한 소사요와 함께 선보이는 도예전입니다. 소사요와 처음 인연을 맺게 되신 계기가 궁금해요.

A. 2018년, 2019년에 이천시청 공예팀의 의뢰로 도예가 25명의 컨설팅을 맡아서 디렉팅을 한 적이 있는데 그 때 참여하셨던 작가님이 소개해 주셨어요. 그 날 소사요 선생님의 작업실을 방문한 기억이 수 해가 지나도 여전히 선명해요. 검박하면서 필요한 것들만 있는 작업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선반 위에 올려져 있는 기물들이 눈에 제일 먼저 들어왔고, 만져보기도 전에 시각적으로 느껴지는 질감에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어요. 그 전에는 접하지 못한 기물의 비례와 감도가 눈 앞에서 넘실대면서 제 마음도 일렁이는 것을 느꼈어요. 그 날 밤, 문을 열고 들어가지 않았다면 아마 만나지 못했을 세계를 앞에 두고요.

Q. 소사요와 몇 번의 계절을 보내는 동안, 뷰로파피에와 소사요는 디자인과 쓰임을 함께 이야기하고 새로운 기물을 만드는 특별한 관계가 되었습니다. 서로의 미감을 공유하며 새로운 작업을 구상하고 구현하는 관계는 단순한 기획자와 공간 운영자, 아티스트의 그것과는 달라 보여요. 이번 전시는 어떻게 준비해 오셨는지 그간의 이야기를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A. 공간 연출이라는 본업의 리듬이 빠른 편이고 큰 조직이 아니기에 공간 기획과 구성, 기물 개발과 유통 등이 팀 내부에서 긴밀하게 이루어지는 편이에요. 소사요 선생님은 백자, 청자, 분청 작업을 오랫동안 해오셨고, 제가 뵈었을 당시에는 흑자 차도구에 집중하고 계시던 때여서 처음에는 작업하신 기물들을 어떠한 여과 없이 소개하는 방식이었어요. 이후 선생님의 작업 스펙트럼이 넓다는 것을 느끼며 상공간을 위한 제작 기물, 뷰로 파피에만을 위한 차도구 등의 협업을 진행하게 되었고, 소지와 유약에 대해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그 때까지 도자 기물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갖고는 있으나 비전공자인 제가 마음이 앞서 지식이 부족한 상태로 부탁드리고 싶은 것들을 말씀드리곤 했어요. 선생님은 제 이야기에 인내심을 갖고 귀 기울이시며 소지, 유약, 소성에 대해서 가르침을 주셨어요. 하나의 기물을 통해 배움과 성장이 가능하도록 서두르지 않고 몇 번의 계절이 지나고 해를 넘기면서 대화를 나누었던 기억이 납니다. 한번 가마에서 나오면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기물에 관한 책임에 대해서도 환기 시키면서요.

일을 시작한지 15년이 가까워지는 동안, 쉽게 맺어지기도 하고 어렵게 마음이 떠나기도 하는 인연 중 유독 선생님과의 인연을 귀하게 여기고 되새기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 짚어봅니다. 무엇보다 큰 이유는 선생님이 갖고 계시는 작업에 대한 태도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해요. 타성에 젖지 않고, 늘 부족하다고, 매일 흙 앞에 물레 앞에 앉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씀하세요. 대단할 것 없다며 좋아하는 것을 그저 할 수 있는 것이 기쁘다고 하시는 모습에서 저 또한 제가 일을 대하는 자세를 찾고자 합니다. 물리적인 시간은 모두에게 공평하지만 그 안에서 우리가 어떠한 자세로 머무는가에 따라 확장될 수 있다고 여기면서요. 


☞ 전시 인터뷰 전문 보러가기

 

공간에 나란히 놓인 흑색 자기 위, 무유의 질감에 드리운 음영은 바라보는 이의 시선 마저 깊어지게 합니다. 이번 전시가 묵묵히 만드는 이와 그 과정을 오롯이 지켜보는 이, 그 사물을 향유하는 이들의 애틋한 마주침이 되어주기를, 서로의 빛나는 검은 조각을 나눌 수 있는 만남으로 다가가길 기원합니다.

2024년 8월 9일 - 8월 25일

Tue - Sun, 12 - 7 PM (Monday Closed)  

서울시 용산구 녹사평대로 40나길 34, 4층

070-4900-0141

전시 기획: Handle with Care & 뷰로 파피에

전시 스타일링: 뷰로 파피에

전시 그래픽: 이재민

식물 연출: 보타라보 정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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