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ing Imperfections

이예지 개인전

어린 나뭇잎이 고개를 내미는 2월의 끝자락, 목공예가 이예지의 첫 번째 개인전 《Loving Imperfections》를 엽니다.

목공예가로서 작가가 해온 일은 ‘발견되길 기다리는 아름다움을 포착하고 분명한 쓰임을 더해 일상 사물과 가구로 풀어내기’로 함축됩니다. 그리고 이 모든 작업 ― 버려질 뻔한 목재를 모으고, 단정히 모양을 다듬으며, 상감 기법으로 패턴을 새기는 과정 ― 은 그저 작은 것을 사랑하는 마음으로부터 시작됩니다.

그 마음의 궤적을 한자리에 모아 대표작 함함함 시리즈와 자투리 목재 오브제를 비롯해, 봄의 정취가 느껴지는 꽃 상감 문양 작품을 함께 선보입니다.

이예지

작은 것들이 지닌 힘과 아름다움을 믿으며, 오래도록 사용할 수 있는 목공예품을 만듭니다. ‘나무로 쓰는 기록’이라는 뜻을 담은 목공예 스튜디오 〈목록 木錄〉을 운영하며, 산책 중 발견한 벽돌의 쌓임, 꽃과 나뭇잎의 형태, 보도블록의 패턴 등 일상을 이루는 무늬에서 영감을 받아 작품을 제작합니다.

Q. 이번 전시의 타이틀인 《Loving Imperfections》는 ‘그저 작은 것을 사랑하는 마음으로부터’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땔감이라 여겨지는 자투리 목재를 사용하며, 사소한 것들 속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작업을 이어오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작업을 하면서 작품에 사용하고 남는 부분들에 늘 마음이 쓰이더라고요. 한 덩어리의 나무였는데, 내가 갈라서 쓰는 그 한순간에 한쪽은 작품이 되고 한쪽은 버려지는 것이 조금 이상하게 느껴지기도 했고요. 물론 흠이 없는 부분을 잘 골라서 좋은 물건을 만드는 것이 목수의 역할이기도 합니다만…. 골라내고 남은 부분과 작은 구석들이 예뻐 보이고 마음이 쓰여 모아둔 나무들이 10년 치가 되어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 나무들로 작은 것들을 만드는 작업을 하게 된 것 같아요. 상감 작업도 그렇게 시작하게 됐고요.

Q. 《Loving Imperfections》는 작가님의 첫 개인전이지요. 그동안 다양한 분야의 공예 작가들과 함께하는 그룹전에 참여해 오셨지만, 개인전은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올 것 같습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어떤 작품을 선보이시나요?
A. 2022년부터 작업해 온 패턴 상감 작업을 선보입니다. 본격적으로 나무에 패턴을 새기는 작업을 하기 이전에도 금속을 상감한 손잡이가 있는 함을 만들어왔는데, 서로 다른 재료가 오차 없이 끼워 맞춰지는 감각을 늘 좋아해 온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목재 표면 위에 수를 놓듯 패턴을 새기는 작업을 즐겁게 하고 있고, 이 기법을 활용한 작은 물건들을 전시합니다. 특히 에보나이징이라는 기법을 활용해 각기 다른 수종의 나무가 가진 특징을 패턴으로 표현한 함을 주로 선보이는데요. 남겨진 것들을 누구나 사랑스럽게 여길만한 것으로 만들고자 하는 마음이 담긴 것이 이 함들입니다.

Q. 대표작인 함함함 시리즈는 어떤 작품인가요? 여러 사물 중에서도 특히 ‘함’이라는 상자에 집중하게 된 이유도 궁금합니다.
A. ‘함함하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소담하고 탐스럽다는 뜻인데요. 그 말의 명사형으로 함함함이라는 시리즈 이름을 붙였습니다. 나무 목(木)자가 세 개가 모이면 숲을 뜻하는 삼(森)자가 되는 것처럼 ‘함’ 세 글자를 모아놓으니 제가 만드는 함의 총합 같기도 하고요! 저는 국립중앙박물관을 참 좋아해요. 자세히 뜯어보다 보면 귀엽고 재미있는 물건들이 정말 많기 때문인데요. 목공을 처음 접하던 시절, 나무로 만들 수 있는 구조에 대해 한참 관심이 많을 때 제 눈에 들어온 것이 ‘갓 함’이었어요. 말 그대로 갓을 보관하는 함이었는데, 그냥 네모난 상자가 아니라 가운데가 우뚝 솟은 갓 모양의 함이더라고요. 그 모양에 한 번 반했고, 함을 가만히 보는데 함 안에 보관한 갓이 정말 귀한 것이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렇게 함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던 것 같아요. ‘함’은 ‘집’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소중한 물건의 집을 지어주는 마음 같은 것도 너무 좋았고요.

Q. 작가님이 ‘사랑하는’ 것과 순간들에 대해 질문드리고 싶어요. 작업 중 가장 즐겁게 몰입하는 순간은 언제인지, 사용하는 기법이나 나무의 수종 등 작업 과정에서 작가님이 특별히 애정하는 요소는 무엇인지 이야기해 주세요.

A. 나무를 가만히 볼 때, 어떤 작업을 할지 상상할 때가 가장 즐거운 것 같아요. 그리고 나무 표면을 대패질하여 이제 막 깎아내기 시작했을 때, 나무의 진짜 색이 드러나는 순간이 있거든요. 그 순간을 좋아해요. 답하면서 생각해 보니 기계로 가공하는 시간이나 수공구를 다루어 작업하는 시간 등 대부분의 작업을 즐겁게 하고 있네요. 최근에는 한 땀 한 땀 바느질하듯, 동그란 상감재를 끼워 넣고서 대패질을하여 상감재가 표면과 맞아떨어지는 모습을 보는 게 재미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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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온전하지 못한 것은 누군가 의식적으로 마음을 기울이지 않으면 결국 버려지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작가에게 그 의도적인 마음 씀은 애써 노력하는 일이 아닙니다. 있는 그대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자연스러운 진심에서 비롯하기 때문입니다.

옹이가 있고 색이 연해 땔감이라 여겨지는 목재조차도 작가에게는 어느 한구석 아름답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그저 곱고 기운찬 선과 결에 빠져 나무를 감상하던 작가처럼, 이번 전시를 통해 불완전함을 오롯하게 사랑할 수 있는 용기를 얻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2025년 2월 28일 - 3월 16일

Tue - Sun, 12 - 7 PM (Monday Closed)
서울시 용산구 녹사평대로 40나길 34, 4층
070-4900-0104

전시 기획: Handle with Care
전시 그래픽: 이재민
식물 연출: Botalabo 정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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