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비스듬히

후쿠시 하루카 작품전

유리 공예가 후쿠시 하루카의 두 번째 국내 개인전 《봄은 비스듬히》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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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마주한 봄에 지나간 계절을 포개어 봅니다. 잊히지 않는 추억과 다가올 계절의 예감 사이, 여린 새순이 피어나는 봄입니다. 

유리공예가 후쿠시 하루카는 국내 두 번째 개인전을 통해 순간에서 영원으로 나아가는 아름다운 나선의 순환을 노래합니다. 빛의 색채로 담아낸 월 행잉 작품에는 귓가에 맴도는 하나의 소절, 내내 떠오르는 하나의 문장처럼 짧지만 선명한 계절의 경이가 담겨있습니다.

후쿠시 하루카 福士 遥

 2011년 무사시노 미술대학 공예산업디자인학과를 졸업한 뒤 도쿄에서 유리 공예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한 폭의 그림처럼 서정적인 풍경과 섬세한 색채를 담은 작업을 전개합니다.

Q. 안녕하세요. 《봄의 휘파람》 전시 이후 오랜만에 인사드려요. 지난 한 해 동안 어떻게 지내셨나요?

A. 작년에 열린 개인전은 제 주변에서도 반응이 컸어요. 많은 분이 참 멋진 전시였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올해도 좋은 기회로 다시 만나 뵙게 되어 기뻐요.

개인적으로 특별한 일이라면 작은딸이 가장 먼저 떠오르네요. 올해 2살이 되었는데 1년 새 스스로 걷기 시작하고, 함께 대화도 할 수 있게 되었답니다. 하루하루가 바쁘게 흘러가지만, 가족들의 도움 덕에 작품 활동을 이어 나갈 수 있어 감사한 마음이에요.


Q. 전시의 첫날이 본격적으로 낮이 길어진다는 ‘춘분’이에요. 두 번의 전시 모두 봄의 초입에 시작하게 되어 더욱 각별한데요. 이번 작업의 주제에 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A. 팬데믹과 육아의 일상을 지나며 가까운 사물에 관심을 두고, 지난 기억을 되새기는 일이 많아졌어요. 그런 의미에서 오래전부터 좋아했던 시나 구절에서 떠오르는 장면을 축으로 삼아 작품을 제작했습니다.

또 ‘순환’도 작업할 때 자주 떠올리는 주제예요. 올해는 계절의 흐름, 반복되는 생활 속 풍경 등 순환을 테마로 한 작품이 많아졌습니다. 이번 전시에서 음식을 모티브로 만든 작업을 만나보실 수 있는데, 먹는 것도 순환하는 요소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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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Watery Sky〉,〈Baked Sweet Happiness〉… 시각적으로도 아름답지만, 제목과 함께 감상하다 보면 개인적인 기억이나 이야기가 떠오른다는 점이 재미있어요.
A. 제목은 작품을 완성하고 나서 결정해요. 평소에는 일본어 작품도 있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전달이 쉽도록 모두 영어로 지었어요. 각자의 기억을 떠올리며 작품을 감상해주신다면 더욱 기쁠 것 같습니다.


Q. 작업을 하실 때 일본의 정형시 하이쿠 俳句에서 영감을 받으신다고 들었어요. 마음속 심상을 함축하는 시와 공예 사이에는 닮은 점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 작업을 하면서 기억에 남았던 시가 있나요?

A. 말씀하신 대로 시와 공예 사이에는 닮은 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시’는 제게 동경의 대상이에요. 사실 특별히 ‘하이쿠’에 관해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오랜 세월에 걸쳐 일본의 풍경을 기록한 문화라는 점에 끌렸어요. 

월 행잉 시리즈 중에서 〈Spring Sea〉가 계어 「봄 바다」에서 착안한 작품이에요. 일본의 시인 요사 부손이 지은 「봄 바다 온종일 쉼 없이 출렁이네」라는 하이쿠가 있는데, 온화한 빛과 느긋한 시간을 느낄 수 있는 구절이라 매우 좋아합니다. 이런 정경을 떠올리면서 만들었어요.

추상과 구상을 오가는 작품의 흐름을 감상하는 일은 이번 전시의 큰 즐거움 중 하나입니다. 아름다운 찰나의 순간부터 기억의 수면 위로 표류하는 아주 오래된 향수까지. 작품 사이를 거니는 동안 낯선 그리움과 익숙한 설렘이 깃든 풍경을 만나는 자리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2023년 3월 21일 - 4월 9일

Tue - Sun, 12 - 7 PM (Monday Closed)  

서울시 용산구 대사관로 43 1층 Handle with Care

02-797-0151

전시 기획: Handle with Care

포스터 & 리플렛 디자인: 이재민

식물 연출: 보타라보 정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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