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bracing
Jialing Lee 개인전
새해를 여는 1월, 대만 텍스타일 아티스트 Jialing Lee의 개인전 《Embracing》을 시작합니다.
대만의 텍스타일 아티스트 지아링에게 섬유는 단순한 재료가 아닌 감정과 기억을 담는 그릇입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양감과 질감이 돋보이는 패브릭 작업을 통해 섬유가 지닌 부드러움과 강인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새로운 예술적 시도를 선보입니다.
지아링의 섬유 오브제는 잊혀가는 고고학, 지역 설화, 그리고 자연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오래된 이야기는 언제나 작가를 매료시키고, 작가는 이를 작품으로 풀어내어 과거와 현재를 잇는 대화의 장을 펼쳐냅니다. 이러한 작업은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한 깊은 사색을 끌어내며 소통과 연결을 향한 인류의 오랜 열망을 되새기게 합니다.
Jialing Lee
대만 출신 텍스타일 아티스트 지아링 리는 2019년 영국왕립예술학교(Royal College of Art)에서 텍스타일 혼합 미디어(Textiles Mixed Media) 석사 학위를 취득한 후 조각, 텍스타일 아트, 판화 분야를 넘나들며 활동하고 있습니다. 예술을 스토리텔링의 도구로 삼아, 고고학과 지역 설화, 풍경에서 깊은 영감을 얻은 다학제적인 섬유 작업을 선보입니다.
Q. 안녕하세요, 전시로는 처음 인사드립니다. 간단히 소개 부탁드려요.
A. 안녕하세요, 저는 대만의 텍스타일 아티스트 지아링 리입니다. 제 작업은 역사, 고고학, 풍경의 요소를 패브릭에 담아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을 중심으로 이루어집니다. 2021년엔 대만의 고대 직물 공예를 탐구하는 스튜디오 ‘Pieces of Jade’를 설립해 여러 도시의 장인, 브랜드, 재단사와 협업하고 있어요. 이를 통해 문화적으로 풍부한 텍스타일 작품을 제작하고, 예술과 일상을 연결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Q. 그동안 영국, 일본, 네덜란드, 이탈리아 등 다양한 나라에서 전시를 해오셨지만, 한국에서는 이번이 첫 전시입니다.《Embracing》은 어떤 전시인가요?
A. 《Embracing》은 ‘따뜻함, 연결, 부드러움’이라는 주제를 반영합니다. 기존의 대표작 Soft Vase
Q. 난파선에서 발견한 고대 도자기 화병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Soft Vase, 대만의 작은 섬 란위의 흰 호접란 채집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The Whisper of the stones. 작가님의 대표작은 고고학, 지역 설화, 자연 풍경에서 모티프를 얻어 제작합니다. 사라졌거나 곧 사라질 것에 대한 이야기를 개인의 시각으로 해석하고 이를 보존하려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그리고 해당 모티프를 작품에 담아야 겠다고 결정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A. 특정 이야기, 사물, 전통이 지닌 연약함과 무상함은 제게 깊은 감동을 줍니다. 질감이 돋보이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퀼팅 기법을 사용해야겠다고 처음 영감을 받은 건, 고대 석조 조각을 관찰하면서부터였습니다. 돌 조각은 수천 년 동안 인류가 이야기를 기록하는 매개체 역할을 해왔어요. 어느 면에서 제 작업은 이를 보존하고 재해석해 새로운 생명과 의미를 부여하려는 시도라고 생각합니다. 이 모티프는 보편적이면서도 지극히 개인적인 상실, 기억, 소속감이라는 주제와 공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주제를 작품에 접목하여 과거와 현재 사이의 대화를 만들고, 사라져가는 이야기를 현대적 관점과 연결하고자 합니다.
Q. 천을 이용해 3D 오브제를 만들고 그 위에 퀼팅 패턴을 새겨 넣는 것은 작가님의 고유한 작업 방식이죠. 작품이 만들어지는 세세한 과정이 궁금합니다. 모두 수공예로 제작하는 것일까요?
A. 네, 모든 작품은 수작업으로 제작합니다. 작업 과정은 콘셉트 기획에서 시작해 스케치와 재료 실험으로 이어져요. 그런 다음 퀼팅 기법을 활용해 3D 형태를 만들고 각 작품에 조각적인 특성을 부여합니다. 가장 도전적인 부분은 바로 바느질 과정이에요. 작품이 입체적이고 두꺼운 데 반해, 재봉틀은 이런 종류의 작업에 적합하게 설계되지 않았기 때문에 여러모로 섬세하고 까다로운 작업입니다. 하지만 이 정교한 과정을 통해서만 비로소 제 아이디어를 완벽하게 구현할 수 있어요.
Q. 작가님 작품의 테마는 ‘Softness’가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작품명에서도, 소재에서도 이 테마가 두드러지죠. 하지만 단순히 재료적 특징을 강조하기 위해 Soft, Puff, Whisper와 같은 부드러운 심상을 작품명에 사용하진 않았을 것 같아요. 작가님의 작업에서 ‘Softness’가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요?
A. 제 작품에서 부드러움은 회복력, 공감, 변화를 상징합니다. 이는 단순히 재료의 물리적 특성에 관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복잡한 삶을 배려와 이해로 헤쳐나가는 방식에 대한 은유이기도 합니다.
Q. 스카프와 가방 등 의류 잡화도 제작하고 있습니다. 두 카테고리의 작품을 만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또한 이 두 제품에도 고고학, 지역 설화, 자연 풍경과 같은 영감이 반영되어 있나요?
A. 스카프와 가방의 주제는 대표작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지만, 최종적인 형태에서만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모두 제품 모두 제 예술적 작업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작품의 내러티브와 모티프를 일상적인 물건으로 변형시켜, 더 많은 사람들이 쉽게 접근하고 공감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지요.또한 저는 ‘제품’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드는 것을 즐깁니다. 실제로 몇 번의 전시에서 스카프 10개를 이어 붙여 커다란 벽걸이 작품으로 만든 적이 있습니다. 이를 통해 예술과 기능적인 물건 사이의 관계를 탐구하고, 그 경계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만큼 뚜렷한지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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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포근한 품 안에서 모든 저항이 사라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작가에겐 섬유 공예가 바로 그런 존재입니다. 한 해의 출발선에 선 지금, 지아링의 작업을 마주하는 시간이 우리 마음속 각기 다른 모습으로 존재하는 부드러움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고, 포용의 힘을 상기할 수 있는 자리가 되길 바랍니다.
2025년 1월 10일 - 2025년 1월 19일
Tue - Sun, 12 - 7 PM (Monday Closed)
서울시 용산구 녹사평대로 40나길 34, 4층
02-797-0151
전시 기획: Handle with Care
전시 그래픽: 이재민
식물 연출: Botalabo 정희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