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작품을 곁에 둔 시간 동안 쌓인 수집가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두 번째 이야기는 주변의 모습을 모으고 글로 남기는 것을 좋아하는 디자이너 연서인님에게 청해보았어요. 지은 책으로는 10년간 살았던 집에 대한 기록 『나는, 집』과 함께 사는 두 고양이에 대한 마음을 담은 작은 사진집 『고양이는, 집』이 있습니다. 2022년 3월 15일 글, 사진: 연서인 이 집에 이사를 온 지도 벌써 네 번째 해에 접어들었습니다. 공간에 쓰던 가구가 놓이고, 생활의 흔적이 쌓이면서 새집을 향한 친밀감이 짙어졌어요. 선반이나 가구 위에 자그마한 공간이라도 생기면 무언가 세워두는 것을 좋아했었는데 두는 족족 고양이들이 쓰러뜨리기에 바빠 그 일은 일찌감치 포기했고, 다행히 높은 벽이나 선반에 두는 것은 고양이들의 손과 관심이 닿지 않아 무사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2년 전쯤, SNS를 통해 하루카 작가님의 작품을 알게 되었어요. 거친 표면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질감과 탁한 듯 부드러운 색감, 독특하고 섬세한 마감, 떠 있는 것처럼 벽에 걸리는 방식까지 아름다웠습니다.무엇보다 고양이들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두고 바라볼 수 있다는 점도 안심이었어요. 고심 끝에 용기를 내서 작가님께 직접 연락을 드렸고 친절한 설명과 함께 정성스레 정리된 작품 리스트를 보내주셨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작품을 전해 받았을 때만큼 기쁜 순간이었어요. 오랜 기다림 끝에 작품이 한국으로 도착했고, 배송된 상자에는 꼼꼼히 포장된 작품과 설치법, 안부 인사를 겸한 손 편지가 들어있었습니다. 작품을 알게 된 시점부터 간직하기까지 모든 시간이 제게는 참 좋은 경험이었어요. 작품을 보면 작가의 아득한 시간 속으로 잠시 발을 담근 듯한 느낌이 들어서 여러 감정이 섞입니다. 경이롭기도 벅차기도, 한편으로는 고마운 마음이 들기도 해요. 같은 작업을 무수히 반복하며 견고한 세상을 만들어낸 작가를 알게 되고 운이 닿아 작품을 간직하는 일은 만든 이의 시간을 고스란히, 손에서 손으로 전해 받는 것과 같은 귀한 경험이라는 것을 느낍니다. 분야는 다르지만, 저의 일을 할 때 그런 면에서 격려와 힘을 얻기도 하는 것 같아요.COVID-19로 직접 작품을 만날 기회가 흔치 않을 거라는 생각에 아쉬웠는데, 이렇게 좋은 기회로 하루카 작가님의 작품을 많은 분이 알게 되어 진심으로 기쁩니다. 좋은 기회를 마련해 주신 Handle with Care에도 감사와 존경을 전하며, 만남이 어려운 때이지만 작품을 가까이서 마주하고 따뜻한 마음을 나누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봄의 휘파람 - 후쿠시 하루카 개인전》은 2022년 4월 3일까지 한남동 handle with care에서 진행됩니다. ☞ 전시 소개 자세히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