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초입, 버드핏 개인전《Kind Regards》오픈을 앞두고 작가님과 전시에 관해 서면으로 이야기를 주고받았습니다. 드로잉과 오브제의 경계를 허무는 독특한 시도부터 작품을 통해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까지, 흥미로웠던 대화를 여기 나누어 봅니다. Q. 안녕하세요. 처음 인사드립니다.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버드핏 Bird Pit 으로 창작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김승환입니다. 활동명 버드핏은 ‘새(Bird)’와 ‘구덩이(Pit)’의 합성어로, 새의 시선으로 내려다 본 인간 군상이 혼란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다는 관점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색연필로 그린 작업을 묶어 낸 첫 책을 동명의 이름으로 출판하고 이름보다 버드핏으로 불리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활동명이 정해지게 되었어요. Q. 이번 전시명인 《Kind Regards》 는 이번 작품을 아우르는 시리즈명 〈Greetings〉 과 닿아있어요. 이 시리즈는 Greetings, Have a nice day, Sending smile 등 안부를 묻고 응원하는 다양한 인삿말을 소제목으로 합니다. 이런 주제로 작업하시게 된 계기를 듣고 싶어요.A. 〈Greetings〉시리즈는 연하장이나 카드에서 흔히 사용되는 안부, 인사말을 가지고 드로잉과 오브제로 제작한 작업물입니다. 저 멀리서 들릴 듯 말 듯 속삭이는 안부의 메시지가 전달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출발점으로 만들게 되었습니다. 작업은 코로나 시기에 거리두기로 만나기 어려운 관객 혹은 누군가에게 가닿을 수 있는 작업을 하고 싶은 마음으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당시에 대만에서 개인전을 앞두고 있었는데, 직접 방문이 어려워 작업물만 보내야하는 상황이었기에 최대한 간편하고 운송과 설치한 용이한 작업을 염두하면서 기획했습니다. 코로나라는 특수한 상황이 주는 제약이 흥미로운 결과물을 만드는 동력이 되었던 것 같아요. Q. 작품 이야기를 해보면, 첫인상은 “무지 작다!” 였어요. 가장 작은 〈Greeting Bird〉 의 경우 가로 2cm, 세로 1.3cm 정도의 아주 작은 사이즈고 그 안에 담긴 드로잉은 훨씬 작습니다. 흔히 만날 수 있는 드로잉 작품을 떠올려보면, 소품 (小品) 으로 보아도 이례적인 크기인데요. 작품 크기를 통해 의도하신 바가 있으셨는지 궁금해요.A. 그림을 담는 프레임(액자)을 인형이나 피규어처럼 인식해보고 그 안에 담기는 이미지를 미니어처 수준의 작은 드로잉으로 제작하였습니다. 이 방식은 그림과 오브제의 경계를 실험해보고, 작품을 구매 및 소장하는 경험에 대한 새로운 제안을 시도한 것이기도 합니다. Q. 한편, 각각의 드로잉을 이루는 틀인 액자는 펠트 소재입니다. 이 소재를 선택하신 이유와 구체적인 작업 과정을 들어볼 수 있을까요?드로잉을 전시하면 가끔 액자를 맡기게 되는데, 누군가에게 마침표와 같은 역할을 양도하는 게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특히 그림을 그릴때 프레임을 크게 고려하지 않고 그린 뒤 마지막에 프레임을 얹는다는 과정도 부자연스럽게 느껴졌습니다. 이렇다보니 저는 처음부터 프레임을 고려하여 그림을 그리고 직접 액자까지 만들 수 있는 프로젝트를 기획해보고 싶었습니다. 펠트 소재를 사용하게 된 이유는 이전에도 인형이나 오브제 작업을 해왔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선택했어요. Q. 드로잉을 오브제화 하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나 어려움도 있었을 것 같아요.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는지 궁금합니다.A. 큰 어려움은 없었던 것 같아요. 앞서 말씀드린대로 펠트나 부직포로 인형, 오브제 작업을 해왔기 때문에 그 연장선상에 있는 작업이었어요. 2020년에 Pet을 주제로 작은 인형과 오브제를 만들어서 전시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 때 만들었던 인형들을 그림으로 그리면 재밌을 것 같아 그림을 그리고 액자를 맞출 시간이 없어서 인형과 같은 소재의 펠트로 직접 액자를 만들었던게 계기가 되어 시리즈로 제작하기 시작했어요. 그림에 작은 옷을 입히는 것 같은 태도로 만들었습니다. 사실 저는 여전히 지금도 드로잉을 오브제화하는 과정에 있는 것 같아요. 시행착오는 늘 있지만 저만의 방식을 찾아가는게 즐거워요. Q. 작가님이 특히 선호하는 작업 방식이나 재료가 있을까요? 작업을 할 때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시는지도 궁금해요. A. 저는 개인적으로 작업을 할 때 ‘더 하고싶다’는 감각이 중요해요. 그 감각은 여러 이유로 생겨나는 것 같아요. 재료에 대한 호기심, 미적 호기심, 과정 자체가 주는 유희, 제약을 해결하는 쾌감 등 이유는 그때그때 달라지겠지만 그 감각은 계속 무언가를 만드는 동력이 됩니다. 그래서 고정된 작업방식이나 재료를 선호하지는 않아요. 조금씩 변화를 주거나 안해본 작은 시도들을 함으로써 그 감각을 유지합니다. 더이상 발전 가능성이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들거나 흥미가 떨어지는 작업을 종종 마주할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작업을 버리지 않고 보이지 않는 곳에 묵혀두려고 해요. 오랜만에 보면 다시 흥미가 생기기도 하고요. Q. 전시를 찾으시는 관람객 분들께 전하실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A. 자세히 들여다 보시면서 디테일을 감상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림이 작아서 프린트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연필과 색연필을 뾰족하게 깍아서 촘촘히 그려나간 작업들입니다. 작은 그림을 그리다보면 이미지가 생략되어지고 단순화되는 것 같아요. 그러한 요소들을 찾아보시는 것도 재밌을 것 같습니다. Q. 전시가 끝날 때쯤엔 완연한 가을이겠네요. 앞으로 계획하신 일들이나 새롭게 시도해보고 싶은 작업이 있으신지요.A. 현재 펠트를 가지고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어요. Cut-Paper 방식에서 차용하여 자르고 붙이는 방식의 작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평면을 펠트로 그려나간다는 느낌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은데, 묘하게 부조 같기도해서 재밌게 작업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는 에어브러쉬와 파스텔과 같은 몽롱한 표현이 가능한 재료도 시도하고 있고, 이를 활용해서 설치 작업도 테스트 중이에요. 올해 연말에 대만에서 열리는 개인전에서 선보일 예정입니다. 버드핏 개인전 《Kind Regards》는 2023년 10월 1일까지 한남동 handle with care에서 진행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