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년의 사물 100 Years' Journey
포包°작품전
찰나의 순간을 영원한 물성으로 치환하는 포包° 작가의 금속 공예 작품을 소개합니다.
녹음이 찬란한 6월, 포包° 작가의 작품전 《백 년의 사물》을 시작합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가 오랜 시간 수집해온 빈티지 기물에 영감을 얻어 사물의 영속성을 금속으로 연마한 작업을 선보입니다.
FOH 포包°
홍익대학교 조소과를 졸업한 뒤 국내외 다수의 전시를 통해 금속공예를 선보여 왔습니다. 2019년 스튜디오 FOH 를 런칭했으며, 연약하지만 찬란히 빛나는 것들을 세심한 눈길로 보듬어 금속으로 표현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Q. 《백 년의 사물》은 전시의 제목이자, 이번 작업을 아우르는 큰 주제이기도 합니다. 한 세기를 기점으로 삼았던 순간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A. 100년 후에 누군가 은 땅콩 케이스 안에 든 은 땅콩을 보고 미소 짓는 것을 상상하는 것으로 저는 이것을 만들어야 할 이유가 충분하다고 생각했어요.
어릴 적 엄마가 담아놓은 내 작은 첫 이를 30년 후 귀여운 은 케이스를 열어 발견했을 때, ‘이렇게 모든 순간이 그녀에게 소중했구나’ 하는 것을 느꼈을 때, 은을 녹이고, 줄질하고, 다듬는 모든 시간이 당연했고, 당연해야만 했어요.
우리가 지나치는 정서들, 백 년 전의 그 사물들이 지금 소중히 간직되고 여러 사람의 소중한 기억을 만들어가는 것처럼 그것들이 사라지기 전에 다시 100년 후의 빈티지를 지금 만들고 싶었습니다.
Q. 찰나의 장면을 영원한 물성으로 치환하는 것. 금속을 주재료로 택한 이유이기도 할까요?
A. 금속은 깨지거나 헤지지 않아 안정감이 있는 물성이에요. 백 년, 천 년을 갈 수 있죠. 그래서 고된 작업이 끝나면 중독처럼 안도감에 빠져드는 것 같아요. 바람에 날리는 순간의 풀, 부서질 듯한 낙엽의 찰나를 초조함 없이 고요한 시선으로 바라보게 하는 것. 제가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로 좋다고 생각합니다. 기물을 대하는 사람에게는 ‘단단함’과 ‘여림’이라는 양극의 감각을 동시에 바라보게 함으로써 여린 듯 강건한 정서를 전하고 싶습니다.
Q. 이번 전시는 작가님이 여러 대륙에 걸쳐 수집해온 물건을 소개하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마음을 이끄는 것, 오래도록 소유하게 되는 물건에 관한 작가님만의 기준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A. 첫 번째는 아날로그의 정서입니다. 나와 천천히 교감하는 정서가 담긴 사물들이 있습니다. 편지의 무게를 재는 저울의 움직임, 달력을 넘기는 동안 손의 기억과 하루를 향한 기대, 잠시 멈춰 바람이 불고 풍경이 흔들리는 일을 지켜보는 일 같은… 살면서 어느 하루, 어느 순간을 기분 좋게 기억할 수 있게 만드는 사물을 좋아합니다.
두 번째는 시간이에요. 작업자로서 결코 담을 수 없는 것은 시간입니다. 시대를 있는 그대로 통과하면서 시간이 깊게 녹아든 빈티지의 표면을 보고 있으면, 영리하지도 빠르지도 않게 찬찬히 세상에 섞여보자고. 그렇게 정공법으로, 온몸으로 시간을 통과하면서 좋은 생각이 밴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지막으로는 소장 가치예요. 매력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형태나 물성이 주는 표면, 색감만으로도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지닌 사물이 있어요.
Q. 포包°의 작품을 새롭게 만나는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우리는 참 많은 사람과 넘치는 물건들 속에서 삽니다. 그러나 한 사람, 그리고 애정이 깃든 몇 개의 사물은 귀하고 소중하죠. 곁에 있다면, 지금 손으로 쓰다듬어 본다면 서로에게 스미는 그 시간이 1초 전과는 조금 다른 삶을 살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조금 더 안정되고, 더 강인하고, 더 서로답게요.
저를 비롯한 어떤 이들은 백 개를 만들 수 있는 시간에 이런 한 개의 사물을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용도까지도 중요하지 않아요. 바라보는 순간에 모두 느껴지는 것이라 믿습니다.
오래된 사물이 말을 걸어오는 순간이 있습니다. 시간과 애정이 깃든 물건은 시대를 넘어 무언의 메시지를 건네어 옵니다. 오래된 기품을 지닌 물건과 새롭게 빚은 기물 사이를 천천히 거닐며, 각자의 궤적을 그려 나갈 사물의 미래를 상상해 볼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2023년 6월 1일 - 6월 25일
Tue - Sun, 12 - 7 PM (Monday Closed)
서울시 용산구 대사관로 43 1층 Handle with Care
02-797-0151
전시 기획: Handle with Care
포스터 디자인: 이재민
식물 연출: 보타라보 정희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