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귀게 된 돌 

스기사키 마사노리 조각전


억겁의 세월 동안 우리 곁을 지켜온 돌을 통해 작지만 나약하지 않은, 단단한 힘이 깃든 작업을 선보여 온 조각가 스기사키 마사노리 スギサキマサノリ의 작품 세계를 소개합니다. 

2021년 새해의 첫 전시를 준비하며 안녕을 기원하는 마음들을 떠올렸습니다. 안부를 묻는 목소리와 희망을 써 내려간 약속들. 

조각가 스기사키 마사노리는 이러한 마음을 가지런히 모아 다정하고 단단한 형상으로 빚어냅니다. 그리고 이야기합니다. 우리는 서로에게 과묵한 친구이고 둥근 온기이며 변치 않는 좌표임을.

스기사키 마사노리 スギサキマサノリ

1962년 출생. 1988년 도쿄예술대학원을 졸업한 뒤 일본 미야기현 가쿠다시를 기반으로 조각 작업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공공 조형물과 대형 작품 중심의 경력을 쌓아오던 중 동일본 대지진 이후 작업 방향에 전환기를 맞게 됩니다. 멀리서 바라보고 감탄하는 대상이었던 기존 작업에 더하여, 생활 가까이에 부적처럼 두고서 자주 눈이 마주칠 수 있는 소탈한 스케일과 주제의 작업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그의 작품들은 순하고 친밀하면서도 석재가 지닌 ‘불멸의 감각’을 지니고 있습니다.


"제 공방은 산속에 위치한 외딴집입니다. 그곳에서 아침부터 밤까지 부지런히 작품을 만드는 것이 일상이에요. 조각을 만들거나, 그림을 그리는 일은 제게 있어 최고의 기쁨입니다. 아무도 만나지 않고, 어디에도 가지 않으며 대부분의 시간을 일터에서 보내고 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무언가를 만들고 싶은 의욕이 가득 차오릅니다. 손을 사용한 작업에 열중하다 보면 무념의 상태로 접어듭니다. 손이 제 마음대로 작품을 만들지요. 해가 질 무렵이면 완전히 소진되고요. 그리고 다시 아침이 오면..." 


"작품에 어울리는 돌을 찾기 위해 산과 강, 바다를 걷습니다. 그러면서 다양한 형태를 가진 수많은 돌을 만나게 되는데, 돌이 먼저 자신을 작품으로 만들어 주길 바란다고 호소할 때가 있습니다. ‘Moon’과 ‘Philosopher’ 시리즈에 사용된 돌은 사람의 힘을 더하지 않아도 이미 그 자체로 매력 있는 돌이었습니다. 그런 돌에는 달이나 사람의 얼굴처럼 익숙한 형태를 주로 입힙니다." 


☞ 작가와의 인터뷰 전체 보기

이번 전시는 문태준 시인의 아름다운 서정시가 함께합니다. 시인의 문장을 전시 타이틀로 삼는 감사한 기회 또한 누렸습니다. 돌 하나를 곁에 두고 건네는 시인의 지긋한 말을 작품 옆에 두고 함께 읽어주세요. 초면인 시와 돌이 서로에게, 그리고 여러분에게 곁을 내어주는 순간을 발견한다면 함께 웃어보아도 좋겠습니다. 

작품을 마주하는 스기사키 마사노리 작가의 시선은 낮고 가까운 곳을 향해 있습니다. 마음 깊숙이 염원하는 사람들의 고요한 표정, 오후의 나른한 단잠, 기꺼이 품을 내어주는 순정함. 달과 기도 그리고 집. 서로의 안식처가 되어줄 수 있는 우리를 꿈꾸며 돌 조각 한귀퉁이를 가만 매만져보는, 바야흐로 2021년 새해입니다.  

2021년 1월 19일 - 2월 14일

Tue - Sun, 12 - 7 PM (Monday Closed)  

서울시 용산구 대사관로 43 1층 Handle with Care

02-797-0151

전시 기획: Handle with Care

시: 문태준

포스터 디자인: 이재민

식물 연출: botalabo 정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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