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 소곡 小曲

자연을 모티프로 따뜻한 심상의 유리 공예품을 선보이는 김은주 작가의 작품전 《유리 소곡 小曲》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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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엽이 색색이 물드는 시월, 유리를 재료 삼아 서정적인 풍경을 만드는 김은주 작가의 작품전이 시작됩니다. 이번 전시는 기존의 유리 모빌 시리즈, 테이블웨어와 함께 작가의 신작을 새롭게 선보이는 자리입니다. 

돌 위에 사뿐히 앉은 새들부터 둥근 달을 모아 선으로 이은 〈다우〉 시리즈까지. 작가는 차가운 물성에 온기를 더해 때로는 날아갈 듯 가볍고, 때로는 묵직한 밀도가 느껴지는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김은주

책을 만드는 편집자로 활동 후, 빛을 통해 여운을 남기는 유리의 물성에 매료되어 단어와 문장을 섬세하게 엮듯 유리 공예 작업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주로 고운 색채의 파우더를 뿌려 구워내는 작업 방식을 이용하여 일상에 위안을 주는 일용품과 오브제를 만듭니다.

Q. 오랜 시간 책을 만드는 편집자로 일해오시다 몇 해 전 ‘유리 공예’라는 새로운 챕터를 여셨지요. 유리를 접하고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에 임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A. 오랫동안 직장생활을 해오는 동안 숨구멍처럼 여러 가지 취미생활을 전전했는데 유리는 그중 저랑 제일 안 맞는다 생각했었어요. 나무나 섬유처럼 따듯한 소재를 좋아했는데 유리는 그에 비하면 차갑고 다루면서 위험한 요소가 많아서요. 그런데 편집일을 그만두고 유리를 배우면서 특유의 물성과 빛에 점점 빠져들게 되었고, 차가운 소재가 가마에서 구워져 나오면 따듯한 빛으로 바뀌는 것이 그 시기에는 큰 위안과 즐거움을 주었어요. 그러다 우연히 〈유리편집〉이란 제목으로 첫 번째 전시를 하게 된 후로 쭉 작업을 하고 있어요. 유리는 모래나 소다와 같은 혼합물을 고온에서 녹여 냉각한 물질이지만, 빛을 담아내는 물성이라는 점에서 사람의 영혼이나 정신을 건드리는 재료라고 생각했던 게 작업을 이어온 큰 이유가 되었던 것 같아요. 


Q, 제작 과정을 자세히 들려주실 수 있나요?

A. 블로잉과 달리 제가 하는 유리 작업은 한 번 가마에 들어가면 손으로 컨트롤할 수 없기에 어찌 보면 형태를 만들기에 제한이 많습니다. 그런데 또 그게 이 작업의 매력이기도 한 것 같아요. 색유리를 다양한 형태로 조합해서 굽는 방식을 기본적으로 좋아하고, 고운 유릿가루를 뿌려서 무늬를 넣는 방식도 수묵화 느낌이 나서 좋아합니다. 유리가 너무 매끈한 소재이다 보니 최대한 질감을 주는 방식을 선호하는데요. 이번에 새롭게 만든 스탠딩 오브제는 금속파이프와 금속 봉을 이용한 방식이에요. 금속이 고온에서도 녹지 않고, 합쳐서 구워도 유리를 깨지지 않게 하는 성질이 신기하고 재미있어서 제작해보았습니다. 유리는 선의 느낌은 내기 힘든 재료인데 금속과 함께 작업하니 선과 움직임이 동시에 생겨서 흥미롭게 작업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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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무리, 꽃잎, 물방울, 땅거미… 붓으로 그린 듯한 질감이 아름다운 식기에는 계절을 보내며 자연스레 맞이하는 풍경이 담겨 있습니다. 햇빛을 따라 부드럽게 굽이치는 그림자도 눈여겨 보아주세요. 

Q. 유리 식기도 형태와 질감이 더욱 다채로워졌어요. 이번에 새롭게 소개하는 작업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식기는 실용성을 갖춰야 하다 보니 형태나 크기를 고민하게 되었고, 자연스레 볼이나 큰 접시 작업으로 이어졌어요. 유리는 투명함도 좋지만, 특유의 불투명함도 매력적이어서 기포를 많이 내기도 하고 스테인드글라스에 쓰는 유리를 고온에 구워 불투명하지만 새로운 질감을 내보려 했습니다.


Q. 작가님의 서정적인 작품을 좋아하시는 분들께 이번 전시가 특별히 반가운 소식이 될 것 같아요. 관람객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으실지요?

A. 유리는 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소재이기도 하고, 종교미술에서 오랫동안 정신적인 재료로 쓰이기도 했습니다. 유리 특유의 투명성은 빛을 그대로 통과시키면서 동시에 어떤 환상을 갖게 해요. 아마도 종교미술에서는 그걸 ‘영성’으로 이용한 것일 테고요. 매일매일 유리를 만지면서도 햇빛에 비친 그림자마저 찬란한 유리를 보고 있으면 정말 설렙니다. 저는 순간주의자라고 할 만큼 순간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짧은 시간 속에 영원성이 깃들어 있다고 생각해요. 찰나에 얻은 힘 덕에 앞으로 한 걸음 나아가기도 하니까요. 제 작은 유리 조각 작업이 여러분들에게 빛나는 순간을 느끼게 해주는 빛의 오브제가 되기를 바랍니다.

작가의 시선과 손길이 닿은 유리는 자연을 닮은 모습으로 다시 태어납니다. 그리고 시시각각 변화하는 빛을 만나 공간에 새로운 그림자를 드리웁니다. 하늘의 운행과 계절의 흐름 속에서 조금씩 변화하는 유리의 소곡 小曲에 함께 귀 기울여 주시길 바랍니다.

2022년 10월 12일 - 10월 30일

Tue - Sun, 12 - 7 PM (Monday Closed)  

서울시 용산구 대사관로 43 1층 Handle with Care

02-797-0151

전시 기획: Handle with Care

포스터 & 리플렛 디자인: 이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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